드라마 대본처럼 번역한 성경, 누구나 쉽게 읽겠죠?

파이낸셜뉴스       2018.03.14 17:09   수정 : 2018.03.14 17:09기사원문
'말씀, 스터디 드라마 바이블' 펴낸 박동순 전 대사
평생 교인으로 산 내게도 어려웠던 성경 편하게 읽을 방법 고민
각 구절 등장인물을 주인공으로 16년간 공부하는 마음으로 완성





"어려운 성경, 쉽게 번역해보자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16년 걸려 완성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성경 신.구약 66권을 드라마 각본처럼 번역한 '말씀, 스터디 드라마 바이블'(도서출판 도미누스)이 나왔다.

박동순 전 이스라엘 대사(83·사진)가 16년간 공을 들여 출간한 이 책은 성경의 각 구절에 등장인물이 나와 마치 대본처럼 읽혀지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예를들어 출애굽기를 보면 '이스라엘 백성의 번창' '탄압받는 이스라엘 백성' 등 소제목이 있고 그 밑에 해설자, 이집트왕, 산파 등 화자(話者)가 등장한다. 하나님 말씀은 붉은 활자로 인쇄해 구분했다. 특히 출애굽기를 들어가기 전, 출애굽기의 의미나 저자 및 저작 시기, 주제, 지리적.시대적 배경, 출애굽기가 다루고 있는 시간, 주요 등장인물과 개요 그리고 지도까지 넣어 한 눈에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박 전 대사는 "40년간의 외교관 생활을 마치고 성경을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성경에 사용된 언어가 현대 한국인이 이해할 수 있는 한국어가 아니었다. 공부삼아 시작한 번역이 16년이 걸릴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는 성경을 좀 더 쉽고, 편하게 읽힐 수 있는데 집중했다. "성경은 인생 만사가 다 들어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충분히 읽어볼 매력이 있는 교양서적이다. 그런데 너무나 어렵게 써 있어서 쉽게 접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털어놨다.

박 전 대사는 "'가라사대' 등 지금은 쓰지 않는 말도 많고, 주어나 술어도 생략된데다 문장이 끝없이 이어진다. 평생 교인이었던 나에게도 어려운 성경이 다른 이들에게는 쉽겠나. 좀 쉽게 읽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것이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했다. 번역은 '아메리칸 킹 제임스 버전(AKJV)'을 기초로 했다. '아메리칸 킹 제임스 버전'은 1661년 영국에서 발간돼 영어권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물론 그가 처음부터 번역본을 내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으면 아예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미 사람들이 잘 읽고 있는 성경을 왜 신학자가 아닌 사람이 번역하느냐"는 아내의 반대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은퇴 후 대부분의 시간을 이 작업으로 보냈을 정도로 몰입했다. "흔히 기독교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잘나서, 열심히 했기 때문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시킨 것'이라고. 그 말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만은 그렇게 말하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경남중.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직업 외교관으로 평생을 살아온 박 전 대사는 손꼽히는 중동 지역 전문가다. 그도 그럴 것이 쿠웨이트와 요르단, 이집트, 이스라엘까지 외교관 생활 상당 부분을 중동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경우는 처음으로 임명된 대사였다. "요르단을 시작으로 중동 지역에서 외교관 생활을 했다. 이스라엘 대사관이 처음 생기면서 첫 대사로 가게 됐다. 우연히도 성지와 관련된 지역이 많았다. 성경을 번역하는데 이런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다행히 반응도 좋다. 초판으로 2000부를 찍었는데 출간 3주만에 1000부가 나갔다. 뭐 그렇게 많은 수치인가 싶기도 하지만, 성경 번역의 공인집단인 대한성서공회가 아닌 개인이 낸 성경이 이 정도로 팔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박 전 대사는 "드라마 각본처럼 쓰여진 성경은 이 책이 세계 최초라고 하더라. 이것을 시작으로 더 발전시키라는 말을 듣는다. '생각하고 창조하라'는 고교시절 학급 교훈이 아직까지 생활신조이기도 하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도전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생각"이라며 웃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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