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對이란 항공기 수출 면허 취소로 21조원 날릴판

파이낸셜뉴스       2018.05.09 17:15   수정 : 2018.05.09 17:15기사원문
이란 진출 다국적기업, 달러.미국 금융망 이용하는 유럽 에너지업체도 직격탄
中 등 비서방국가와 합작해 이란사업 회생방안 검토중



미국이 지난 2015년 7월에 타결된 이란 핵합의를 약 3년 만에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재개하면서 그 사이 이란에 뛰어들었던 다국적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과거처럼 '벼랑끝 전술' 뒤에 내놓을 협상 가능성을 기대하는 한편 중국 등 비서방국가와 합작으로 이란 사업을 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 항공기 제작사 보잉은 8일(이하 현지시간) 핵합의 탈퇴 소식이 알려지자 "오늘 발표에 따라 미 정부와 다음 절차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보잉은 2016년 12월에 이란 국영 항공사인 이란항공에 80대를 납품하기로 계약했으며 지난해 4월에는 준민영 항공사인 아세만항공에 30대의 항공기를 팔기로 했다. 총 110대의 항공기 계약 액수는 200억달러(약 21조원)에 달한다. 보잉은 일단 이란 인도분 항공기를 제작하지 않은 상태지만 이날 보잉의 주가는 0.6% 하락했다. 이란 특수로 대규모 항공기부품 수주가 예상됐던 제너럴일렉트릭(GE)의 주가도 같은 날 1.4% 내려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머뭇거렸던 미 기업들과 달리 적극적으로 이란에 복귀했던 유럽기업들은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이란항공은 핵합의 이후 보잉 외에도 범유럽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와 프랑스.이탈리아 기업인 ATR에 각각 80대, 20대의 항공기를 주문했다. 핵합의에 참여한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탈퇴에도 불구하고 기존 합의를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에어버스의 경우 부품수급 문제 등으로 미국의 수출면허를 이용해 이란과 거래를 해야 한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8일 발표에서 보잉과 에어버스의 이란 수출면허를 모두 취소한다고 설명했다.

항공기 업체뿐만 아니라 달러 및 미 금융망을 이용해야 하는 유럽 에너지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영국.네덜란드 에너지기업인 로열더치셸은 2016년 12월에 이란국영석유회사(NIOC)와 이란 남서부 야다바란 유전을 공동개발하는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은 같은 해 11월 NIOC,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CP)와 손잡고 이란 사우스파르스 해상가스전 개발을 약속한 상태다. WSJ에 의하면 토탈은 최근 프랑스 당국과 비공식 접촉에서 프랑스가 미 정부에 손을 써서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을 제재대상에서 빼달라고 요구했다. 익명의 관계자는 토탈이 가스전 지분의 50.1%를 합작사인 CNCP에 넘겨주는 방식으로 이란에 잔류하는 비상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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