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는 안되고, 주52시간 근무는 다가오고.. 해외건설 갈수록 걱정

파이낸셜뉴스       2018.06.10 08:00   수정 : 2018.06.10 08:00기사원문
해외건설실적 전반기 다 끝나가는데 고작 136억달러.. 중동은 예년의 3분의1 토막
건설업계 "작년보다 더 암울"..7월부터 주52시간 시행되면 해외수주 환경 더 나빠져

"해외 수주는 계속 줄어들고, 영업경쟁력은 갈수록 하락하고…."

최근 국내 건설사 관계자들에게 해외수주시장과 관련해 질문하면 한결같이 한숨 소리와 함께 돌아오는 답변이다. 한때 국내 건설사들의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했던 해외건설시장이 2015년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걸으며 좀체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수년간 지속되던 저유가 시대가 끝나고 이란 제재까지 풀리며 수주시장이 활짝 열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수주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오는 7월부터 국내에서 시행되는 주52시간 근로제가 해외근로자들에게도 적용되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경쟁력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근로시간 제한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고 이에따른 공기도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수주텃밭 중동시장 4~5년전 3분의1토막까지 급감

10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전반기가 거의 끝나가는 6월7일 기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액은 136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같은기간 실적 134억달러와 비교해 고작 2억달러 늘어난 수준이다.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2010년 716억달러를 시작으로 2014년까지 매년 600달러 안팎의 실적을 기록해왔다. 그러나 2015년 461억달러로 감소한 이후 2016년부터는 예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300달러 미만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도 상반기가 거의 지나는 6월 초순 기준 실적이 지난해와 별반 나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같은 실적 부진은 중동시장에서의 수주가 급감한 때문이다. 올해들어 중동수주액은 38억8539만달러로 작년의 절반수준까지 떨어졌다. 이같은 추이라면 연말까지 100억달러를 밑돌 것으로 추산된다. 중동 수주액은 지난해에 145만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시장에서 2010년에는 무려 472억달러를 수주하기도 했다. 2011년에도 295억달러, 2012년 368억달러, 2013년 261억달러, 2014년 313억달러 등의 실적을 기록하는 등 우리나라 건설업계에 있어 중동시장은 '수주 텃밭'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당시의 3분의1 실적도 버거운 상황이다.

■기대했던 이란 특수 사라져.. 올해 단 한건도 수주못해

업계 관계자는 "이라크 재건 사업 수주도 생각보다 부진한데다 최근에는 미국의 이란 제재가 다시 시작되고 있어 중동시장은 굉장히 암울한 상황"이라며 "그나마 유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 기대를 걸고 있지만 단기간에 좋아질 가능성이 없어 올해 수주액은 작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에서는 지난 2012년과 2014년 각각 96억달러, 85억달러를 수주했지만 지난해에는 1억달러의 실적도 거두지 못했다. 올들어서도 고작 4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이란 시장은 더 참혹하다. 지난해 52억 달러를 수주해 반짝 특수를 누린후 올들어서는 단 한건도 수주를 못하고 있다.

■주52시간 적용되면 간접비 급증...수주경쟁력 상실

건설업계는 올 하반기를 더 걱정하고 있다. 당장 다음달부터 근로시간을 최대 주5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상시근로자 수 300명을 넘는 건설사들은 해외근로자도 모두 이 규정을 지켜야 한다. 현재 해외건설근로자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67시간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당장 다음달부터 근로시간을 주당 15시간 이상 줄여야 한다.

대형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근로시간 몇시간 줄어들면 이에맞춰 인력 10~20% 정도만 더 투입하면 되는것 아니냐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해외현장에서 주52시간 근로시간을 지켜가며 공사를 진행하려면 기술인력의 경우 지금 인력에서 최소 50% 이상 더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력이 늘어나는데 따른 간접비 증가분까지 합하면 인건비가 엄청나게 늘어나게 돼 앞으로 해외에서 경쟁국가들과 경쟁할때 가격경쟁력에서 크게 불리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로인한 공사 품질 저하와 자칫 시공불량으로 인한 엄청난 손실 발생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유플랜트나 발전소 프로젝트의 경우 증류타워 등 메인설비를 시공할때 수십명의 기술인력이 동원돼 며칠밤을 세우며 일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중요한 공정에서 근로자들을 교체해가며 미세한 실수없이 시공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자칫 오시공이라도 발생하면 엄청난 영업손실은 물론 향후 수주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건설사의 가장 큰 경쟁력인 '꽉 짜여진 인력관리로 인한 공사비 절감'과 '철저한 공사기일 준수' 두가지를 모두 잃게 된다는 것이다.

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중동 시장이 좀처럼 좋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규제까지 더해지면 향후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시장에서 설자리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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