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충동 병사, 치료 없이 면담만 100회

파이낸셜뉴스       2018.07.24 17:35   수정 : 2018.07.24 18:58기사원문
심각한 우울증 장병 잇단 자살… ‘골든타임’ 놓치는 軍
복무검사서 ‘자살계획’ 진술, 상담관 가족 연계치료 처방
군의관 지속 치료 권했지만 부대장 조치는 칭찬과 격려
수면유도제 먹으며 정상근무..휴가 받고 나와 결국 투신
열차 뛰어들어 젊은생 마감, 전문가 병원치료 필수 충고





3년 새 육군 소속 병사 두 명이 잇따라 자살했다. 두 병사 모두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위험성이 드러났지만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안타깝게 목숨을 끊었다. 군 수사기관은 이들이 부대 내에서 제대로 된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고 병력관리도 허술하게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수 차례 나타난 자살 우려에도 소속부대는 칭찬과 격려 이외 제대로 된 대책 및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파이낸셜뉴스는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병사 관리체계를 짚어보고 문제점 해결을 위해 각종 대안을 제시해 본다. <편집자주>

24일 군 수사기관과 유가족 등에 따르면 육군 조모 일병(21)은 지난해 6월 입대 직후 훈련소에서 실시된 2차례 복무적합도 검사에서 우울과 불안 증세가 심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소속 부대 전입 후에도 조 일병의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10월과 올 1월 실시된 복무적응도 검사에서 조 일병은 각각 '6개월 이내 자살을 생각한 적 있다', '구체적인 자살 계획을 세운 적 있다'고 답했다.

■검사서 '자살계획'.."군은 칭찬 격려"

당시 조 일병을 면담한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은 '우울증세 악화', '가족과 연계치료 요망' 등 상담기록을 소속 부대장에 전했다. 상담과정에서 조 일병은 부대 적응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관은 지속 치료를 권유했지만 조 일병은 지난해 9월 이후엔 병원 치료를 받지 못했다. 조 일병은 우울증에 의한 불면증으로 수면유도약을 복용하면서도 밤 10시~새벽 4시 사이 2시간 간격으로 수차례 불침번 근무를 서기도 했다.

해당 부대장은 조 일병과 30여 차례에 걸쳐 면담하면서 주로 칭찬, 격려를 했고, 동료 병사에게 돌봐주도록 조치했다. 결국 조 일병은 지난 3월 8일 휴가 중 서울 마포대교에서 투신했다. '주변인 교육 및 병원의뢰 등이 지속 요망된다'는 마지막 상담 결과를 받고 약 1개월 만이었다.

군 수사 결과 중대장은 '병력관리 지휘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견책 징계를 받았다. 육군 관계자는 "소속 부대장이 병원 진료를 권유했지만 본인이 거부해 어쩔 수 없었다"며 "면담 시 이성친구를 사귀고 부대원들과도 잘 지낸다고 했으며 어머니와 연락에서 가정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종합적으로 호전됐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유가족은 "아들이 타인에게 피해 입히는 것을 굉장히 부담스러워하는데, 본인이 거부했더라도 자살 위험을 보였다면 부대 책임자가 진료를 보내야 하는게 맞다"고 반박했다. 유가족들은 군 검찰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정신과 교수 "병원 치료 시급..이해 안돼"

조 일병에 앞서 지난 2015년 5월 27일에도 다른 군부대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고모 일병(당시 22세)은 휴가 중 경북 영주의 기차역 부근에서 열차에 치어 숨졌다. 당시 기관사 이모씨는 고 일병이 철로 위에서 열차를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했다. 고 일병의 장래희망은 철도기관사였다.

고 일병은 지난 2014년 6월 훈련소 복무적합도 검사에서 정신질환 증세가 보여 '정밀 진단', '사고예측 위험' 등 판정을 받았다. 소속부대 적성적응도 검사에서는 '자살', '정신장애' 등이 예측돼 '배려병사'로 분류됐다. 사망하기 약 3주 전에는 '즉각적인 전문가 지원 및 도움이 필요하다'는 검사 결과가 나오는 등 병원 치료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병원 치료를 제때 받지 못했다. 중대장 등 부대 관계자들은 고 일병과 100번 가량 면담을 했지만 격려와 칭찬을 주로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 측은 "당시 부대장은 병원에 가길 권유했으나 본인이 거부했다"며 "가족에게 알려서 연계치료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자들을 처벌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군이 정신질환 병사들을 관리하는 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두 병사에게 무분별한 칭찬과 격려는 심리적 압박을 줘 우울증세를 심화시킬 수 있었을 것"고 설명했다.
이어 "두 병사 모두 자살 징후가 보였을 때 병원 치료가 시급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군에서 실시한 검사에서 위험성이 보였는데도 (병원에) 보내지 않은 것은 아쉬운 판단"이라고 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정신과 전문의)는 "두 병사가 복무적응 검사에서 자살 위험성을 드러냈다면 반드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했다"며 "특히 정신과 분야에서는 본인이 거부하더라도 강제 치료를 받게끔 한다. 강제 입원이 아닌, 진료도 못 받았다는 건 군 의료 체계에 미흡한 점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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