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만의 짐바브웨 대선에서 독재 정권 재집권 '그 나물에 그 밥'

파이낸셜뉴스       2018.08.03 15:35   수정 : 2018.08.03 15:35기사원문

지난 1980년 독립 이래로 38년 만에 선거를 치른 짐바브웨에서 지난해 축출된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가 이끌었던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의 에머슨 음난가그와가 승리했다. 야당 측은 쫓겨난 독재자의 부하가 정권을 이어받기 위해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며 결과에 승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짐바브웨 선거관리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발표에서 지난달 30일 치러진 대선 결과 ZANU-PF를 이끄는 음난가그와가 50.8%의 표를 얻어 44.3%의 득표율을 기록한 넬슨 차미사 민주변화동맹(MDC) 대표를 누르고 승리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치러진 총선 결과는 4일 발표될 예정이나 선관위는 지난 1일 중간 집계 결과 ZANU-PF가 전체 하원 210석 가운데 110석을 확보해 과반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앞서 짐바브웨를 37년간 철권통치했던 무가베는 건국 총선 당시 자신의 ZANU와 다른 독립운동 정당이었던 PF 간의 연정으로 정권을 잡았으며 숙청을 통해 1987년 ZANU·PF를 탄생시켰다. 음난가그와는 무가베와 함께 독립운동을 하던 동지로 2013년에는 부통령 자리에 올랐다. 무가베는 자신의 부인에게 권력을 넘기기 위해 지난해 11월 음난가그와를 해임했으며 이에 불만은 품은 군부는 같은해 쿠데타를 일으켜 무가베를 쫒아냈다. 무가베 실각 이후 임시 대통령이 된 음난가그와는 대선 승리로 2033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됐다.

음난가그와는 비록 무가베에게 버림받았지만 앞서 수십 년 동안 무가베를 보좌하면서 독재정권에 기여했다. 그는 1980년데 무가베가 은데벨레족 수천명을 학살하는 과정에 관여했으며 2008년에는 무가베를 위해 선거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겨우 독재자에게서 벗어난 짐바브웨의 운명은 결국 다시 독재자의 정당과 독재자의 후계자 손에 넘어갔다.

야당은 이미 투표 전부터 부정선거를 예상했다. 차미사 대표는 지난달 27일 지지자들에게 만약 음난가그와가 승리한다면 이는 "소설"이라고 주장했다. 야당 지지자 수백명은 개표 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지난 1일 수도 하라레에서 부정선거 의혹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현지 당국은 이를 실탄 사격으로 제압했다. 그 결과 이날만 최소 6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모르겐 코미치 MDC 대변인은 3일 대선 결과에 대해 "선거 결과를 법정에서 다툴 것"이라며 모든 과정이 불법이었다고 주장했다.
NYT는 야당의 선거 조작 의혹에 이들 역시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며 여야 모두 권력에 굶주려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NYT는 이번 선거에 처음으로 주요 선진국들의 감시단이 파견된 점을 지적하고, 혼란이 길어질수록 신정부가 선진국들로 부터 경제 원조를 받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먼웰스(영연방) 감시단으로 짐바브웨에 도착한 존 드라마니 마하마 전 가나 대통령은 2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단언컨대 비무장 민간인에 대해 당국의 과도한 무력 사용을 비난하고 모든 정당이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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