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한국1형당뇨환우회 대표 "1형당뇨환자 의료기기 선택 폭 더 넓어져야"
파이낸셜뉴스
2018.09.13 17:18
수정 : 2018.09.13 18:18기사원문
완치없이 계속 병 앓는 환자들, 기기 구매때마다 새 진단서 제출
한번 받은 진단서 쭉 유효해야
새벽에도 세시간마다 알람 소리가 울렸다. 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아들 소명군의 혈당을 재기 위해 설정해 둔 알람이다. 뾰족한 바늘은 잠에서 덜 깬 소명군의 보드라운 살을 뚫고 피 몇 방울을 뽑아냈다.
매일, 하루에 10번 이상 소명군의 손가락에 바늘을 찔러넣어야 했던 어머니의 마음이 더욱 아렸다. 그가 채혈 없이도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연속혈당측정기'를 해외에서 들여오게 된 배경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3월 연속혈당측정기를 국내 환자 가족들을 대신해 해외에서 사들였다가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한 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없이 의료기기를 들여왔다는 이유였다. 그는 "1년4개월 동안 조사만 7번 받으며 흰머리도 많이 늘고 이가 많이 상해 치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법을 어겼다는 생각에 창피했으나 당뇨환자 가족에 대한 편견이 커질까봐 이를 세간에 알리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그의 사연이 본지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도 나서서 "의료기기의 수입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식약처는 의료기기안전정보원이 환자나 보호자 대신 의료기기를 구입 및 배포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기관의 1형 당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점을 먼저 꼽았다. 그는 "식약처는 의료기기안전정보원을 통해 의료기기를 구매할 때마다 새로 발급받은 진단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며 "1형당뇨 환자 가족들이 다니는 종합병원급 기관에선 진단서를 받기 위해 외래 진료 날짜를 당장 잡기도 어려운 실정을 모른다"고 전했다. 1형 당뇨병은 완치가 거의 불가능한 질환이라 한번 발급받은 진단서는 평생 유효하다고 봐야 한다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현재 식약처는 환우회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여 연속혈당측정기에 한해서만 진단서를 새로 발급받지 않아도 되도록 허가한 상태다.
의료기기 수입 절차에 관여하는 기관들 사이 밀접한 소통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식약처가 절차 간소화의 일환으로, 요건면제수입확인서를 발급받아 관세청에 제출하면 관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해왔다"며 "그런데 관세청은 '식약처로부터 전달받은 사항이 없다'고 해 환자 가족들이 또다시 수입신고 절차를 밟아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요건면세수입확인서 발급을 위해 서류를 제출할 때 e메일 접수가 불가능한 점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또 배송대행업체를 통해 의료기기를 구매하는 일부 환자에 대한 조치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일부 해외 업체는 내규상 의료기기를 국외로 직접 배송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국내 환자들은 배송대행업체를 통해 의료기기를 받는데, 식약처는 배송대행 체계 자체를 잘 모르고 있었다"며 "배송대행업체를 이용하는 환자를 위한 간소화 절차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간소화 절차가 제대로 자리잡아야 환자들이 마음 놓고 자신에게 맞는 의료기기를 사용하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김 대표는 앞으로도 안전성은 검증됐지만 국내에 정식으로 들어오지 않은 당뇨 의료기기를 국내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꾸준히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김 대표는 "검찰에 고발당한 사건이 제 개인적 일임에도 불구하고 발벗고 나서 도와준 1형당뇨 환자 가족들과 이번 사건에 관심을 가져준 모든 분들 덕분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전세계 1형당뇨 단체의 슬로건이 'WeAreNotWaiting'이다. 우리 환우회 역시 의료기기가 알아서 수입되길 기다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들여올 수 있도록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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