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원톱' 놓치면 경제위기 못넘는다
2018.11.11 17:44
수정 : 2018.11.11 20:59기사원문
홍 후보자와 김 실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에서 1년여간 근무한 바 있다. 김 실장은 2003년 5월부터 2005년 6월까지 국정과제비서관을, 홍 후보자는 2004년 경제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홍 후보자는 지난 9일 부총리 지명 후 기자간담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경제는 부총리가 중심이 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겠다"면서 "경제부처 장관 간 팀워크를 발휘해 '원팀'을 만드는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홍 후보자의 발언은 지난 1기 경제팀의 갈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전 정책실장은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 주요 정책에 이견을 보이면서 불협화음을 노출해왔다. 이는 제각기 다른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며 정부가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는 원인이 됐다. 즉 부총리 책임하에 정부 내부에서는 치열한 토론을 거치되 밖으로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결국 정책 주도권은 김 실장이 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통한 경제관료인 홍 후보자는 정부 주요 정책에 이해도가 높지만 목소리를 강하게 내지 않는 전형적 '관리형'이다. 타고난 성실성과 원만한 소통능력이 가장 큰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반대로 뚜렷한 색깔이 없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이와 달리 김 실장은 '왕수석'으로 불릴 만큼 현 정부 주요정책 설계에 참여한 핵심 인사다. 청와대로선 현 정부 정책 기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숨은 실세'로 불린 김 실장을 전면에 내세워 경기침체와 고용부진, 분배악화에 직면하며 흔들리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구하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번 인사가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 간 불협화음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청와대의 의도로 보이는 만큼 홍 후보자가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든 태생적 한계가 있는 셈이다. 다만 김 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경제부총리를 사령탑으로, 지원하고 뒷받침하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경제뿐 아니라 복지, 사회, 노동 등 모든 분야를 포괄하는 정책실장 자리에 실세인 김수현 실장을 임명한 것 자체가 김 실장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이라며 "앞으로 문재인정부 2기 정책은 경제보다는 사회, 복지, 공정경제를 더 우위에 두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정책 비중이 줄면서 경제부총리 위상 약화도 예상된다. 김 실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의 통합적 운영이라는 방향으로 (정책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