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 vs "나무에 장난질".. 사각형 가로수 확인해보니

파이낸셜뉴스       2018.11.13 13:58   수정 : 2018.11.13 14:06기사원문





‘확인해봄’은 잘못된 시민 의식과 제도, 독특한 제품·장소, 요즘 뜨거운 이슈 등 시민들의 다양한 궁금증을 해결해보는 코너입니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독한 팩첵커’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달려갑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우~ 방배리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앞에 각설탕 같은 사각형 가로수가 들어섰습니다.

서초구는 지난달 29일 반포대로, 서초대로, 방배로 등 주요 도로변 가로수 1176주에 대한 사각형 가지치기를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지하철 2호선 서초역과 교대역 구간, 대검찰청에서 예술의 전당으로 이어지는 구간 등에서 깔끔하게 정돈된 버즘나무(플라타너스)를 만날 수 있죠.

나무를 사각형으로 가지치기하는 걸 ‘정형식 가지치기’라고 부르는데요.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번화가 ‘샹젤리제 거리’에서 처음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성장이 빨라 심기만 하면 훌쩍 자라는 버즘나무에 적합한 조경 방식이죠. 정형식 가지치기는 가로수를 일정 높이로 유지해 도시 미관을 높이는데 유리합니다.



물론 올해 처음 시행된 건 아닙니다. 한국에 사각형 가로수가 언제 등장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사례는 많습니다. 양천구가 지난 2009년 버즘나무 811그루를 사각형과 타원형으로 가지치기 했고, 강동구는 지난 2015년 양재대로 구간 내 양버즘나무 188그루에 정형식 가지치기를 도입했습니다. 인천 연수구도 이번 가을 비류대로 양버즘나무를 사각형으로 가지치기했죠.

가로수가 무성하게 자라면 교통표지판과 신호등을 가려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가 간판을 가리는 경우도 있고, 울창한 가지와 잎이 전선을 건드려 정전 피해를 입는 지역도 있죠. 실제로 가로수를 관리하는 각 지자체는 관련된 민원을 받아왔고, 서초구는 과거 “버즘나무가 간판을 가려서 가지치기를 해달라는 민원이 자주 들어온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형식 가지치기는 혼잡한 도로를 주행하는 운전자의 시야를 확보해주고, 도시 미관을 더 멋지게 만들어줍니다. 서초구 보도자료에는 “(사각 가지치기로) 가로수가 특색 있는 모습을 갖추면서 서초의 매력과 품격을 높여주고 도시 미관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과거 무분별한 가지치기 문제되자.. 산림청, 매뉴얼 만들어

이런 가지치기를 둘러싸고 ‘도시 미관도 좋지만 나무에 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곤 합니다. 쉽게 말해 ‘나무 가지고 장난하지 말라’는 말인데요. 시간을 돌이켜보면 충분히 나올법한 지적입니다. 198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토 곳곳에서 무분별한 가지치기가 자행됐기 때문이죠. 가지치기에 대한 정확한 지침이나 노하우가 부족하기도 했고, 전신주 사이에 가로수가 빽빽하게 심어진 곳이 많아 민원을 의식해 과감하게(?) 가지치기한 지자체들이 있었습니다.

산림청은 지난 2010년 ‘가로수 수형관리 매뉴얼’을 발표했습니다. 매뉴얼을 확인해보면 한국은 가로수의 종류별 특성을 고려해 ‘자연형·준자연형·인공형·비대칭형’으로 조형합니다. 과도한 가지치기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나무의 자연적인 형태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가지치기해야 한다는 비판이 생기게 됐죠.

하지만 나무가 자라기 힘들 정도로 공간이 협소하거나, 버즘나무처럼 울창한 나무가 간판, 교통표지판 등을 가릴 경우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현재는 상황에 맞게 ‘인공형’이나 ‘비대칭형’으로 조형하고 있죠. 사각형 버즘나무도 이 경우에 해당합니다. 관계 부처와 지자체가 노력한 덕분에 마구잡이식 가지치기의 산물인 ‘앙상한 나무’는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버즘나무의 경우는 어떨까요? 주신하 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 겸 한국경관학회 신임 회장은 “나무마다 맹아력이라고 끝 가지를 잘랐을 때 새 가지가 자라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플라타너스는 비교적 맹아력이 좋아서 나무에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지치기는 나무의 휴면기인 겨울, 즉 11월에서 다음해 2월 사이에 이뤄지는게 일반적입니다. 내한성(추위를 견디는 성질)이 강한 버즘나무 같은 활엽수에 적합하죠. 하지만 꼭 겨울에만 가지치기가 이뤄지는 건 아닙니다. 수목의 상태와 사회적 필요에 따라 춘기(3~5월), 하기(6~8월), 추기(9~10월) 등 시기를 선택해 진행할 수 있습니다.

소나무의 순은 춘기에 맞춰 잘라야 하며, 꽃눈 분화가 대부분 6~8월에 이뤄지므로 이때 가지치기를 하면 통풍을 원활하게 만들어 분화를 원활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주 교수는 “유럽, 특히 프랑스는 정형식으로 다듬는 전통이 꽤 오래돼 정형식 수형에 거부감이 없는 편”이라고 말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잘 모르겠다. 좋다는 분들도 있지만 인위적인 형태에 거부감을 갖는 분들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주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외국 사례를 따르기보다 나무에 대한 시민들의 정서를 충분히 고려해 형태를 정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ocmcho@fnnews.com 조재형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