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는 경매.. 내년 부동산도 암울
파이낸셜뉴스
2018.11.28 17:21
수정 : 2018.11.28 21:42기사원문
경매시장, 부동산 선행지표.. 이달 낙찰가율 4년내 최저
5000만원 이상 싸지 않으면 아파트 경매 낙찰 안돼
11월 전국 아파트 법원경매 낙찰가율(낙찰가/감정가)이 최근 4년 이래 최저치인 86.9%까지 떨어졌다.
법원경매는 낙찰 이후 실제 입주까지 최소 6개월 이상 걸리는 만큼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에 큰 영향을 받는다. 낙찰가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수요자들이 향후 부동산 전망을 그만큼 어둡게 보고 있다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낙차가율 올 들어 하락세 지속
28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부동산 경매 시장은 주택 경기의 선행지표다. 특히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실거래가 지수는 거래 체결 후 60일 이내에 신고토록 돼 있어 최대 2달의 시차가 있다"며 "흔히 호가가 떨어지면 부동산 시장이 안 좋다고 하지만 지금과 같은 냉각기에는 거래자체가 없고 급매물은 경기와 상관없이 가격이 싸다"고 말했다. 이어 "경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매물의 가격이 시장을 더 잘 반영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이 파이낸셜뉴스에 제공한 경매 데이터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2016년 2월 89.8%를 기록한 이후 2016년 10월 95.9%로 최고점을 찍고 올 2월까지 90% 이상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올해 2월 89.6%로 떨어진 뒤 80%대를 유지했다. 9월과 10월에 각각 91.8%, 90.7%로 높아졌으나 11월 들어 근 4년래 최저치인 86.9%까지 떨어졌다.
수도권의 경우 올 1월 96.0%였던 낙찰가율은 11월 92.7%로 급락했고, 이 기간 지방 아파트값 낙찰율도 86.8%에서 80.8%로 낮아졌다. 특히 11월에 올해 중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서울 아파트도 안 싸면 안 사
법원 경매 시장에 이처럼 찬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세금을 늘리고 대출을 옥죈 '9·13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서부터다. 주택 시장이 활황일 때는 경매 시장에 물건 자체가 안 나오는 경우도 많지만 최근에는 향후 부동산 시장이 어둡자 시세와 비교해 싸지 않으면 낙찰이 잘 되지 않는 것이다. 지지옥션 박은영 연구원은 "2016년~2017년 당시 서울 아파트 시장이 뜨거웠을 때는 경매 물건이 적었다"면서 "과거에는 투자자들이 서울 아파트 시세보다 2000~3000만원만 저렴해도 물건을 샀다면 최근에는 5000만원이상 저렴하지 않으면 잘 받아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균 응찰자도 줄어들고 있다. 2017년 5월에는 한 물건에 평균 8명이나 응찰했다.
올 들어 6명대로 줄었고 지난 11월에는 한 물건에 평균 5.2명이 응찰했다. 이에 상반기에는 경매물건이 나오면 절반 이상은 주인을 찾아가던 이른바 낙찰율도 지난 2017년 상반기 50%대에서 지난 11월 37.5%까지 떨어져 3건 중 1건만 낙찰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활황일 때는 경매 물건이 시중에 나온 급매 물건보다 비싼 경우도 있다"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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