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해커 기소… 무역협상 기선제압?
파이낸셜뉴스
2018.12.21 17:59
수정 : 2018.12.21 19:04기사원문
IBM·정부기관 해킹한 혐의..中 "美 주화입마" 강한 비난
【 서울·베이징=박종원 기자 조창원 특파원】 다음 달 중국과 무역협상을 앞두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중국 해커들을 무더기로 기소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해커들은 중국 정부의 지시로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과 미 행정조직을 해킹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에 중국은 '주화입마'에 빠진 행동이라며 이번 조치에 강력 반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은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주화, 장젠거우로 알려진 중국인 해커 2명을 기소하고 신원이 불분명한 7명을 공범으로 추가했다.
■IBM 등 IT기업·美정부 해킹
또한 미 법무부는 해커단이 해군,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 에너지부 등 주요 미 정부 기관에도 침투했다며 특히 해군 전산망에서 10만여명의 개인정보를 훔쳐갔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동시에 중국 정부가 이러한 해킹 활동을 승인하고 직접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소와 관련해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 정부도 성명을 내고 중국의 사이버 강도 행각을 규탄했다.
이번 조치는 다음 달부터 재개될 양측 간의 무역협상에서 중국에게 추가로 압박을 가하기 위한 포석으로 추정된다. 미 법무부는 무역갈등이 한창이던 지난 10월에도 중국 정보요원 등 10명을 기소했다.
■中 "악질 행동" 강력 항의
이달 캐나다에서 미 정부의 요청으로 체포된 화웨이 부회장 때문에 가뜩이나 신경질이 난 중국 정부는 이번 기소에 강력히 반발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입장자료를 통해 미국의 '기술도둑질' 비난에 "중국은 어떠한 상업적 기밀을 훔치는 행위에 가담한 적이 없고 이를 지원한 적도 없다"며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비난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화 대변인은 이어 미국에 '엄정 교섭'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주요 사안에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했을 때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는 표현을 쓴다. 화 대변인은 미국의 이번 조치가 양국의 협력 관계를 크게 손상하는 일로 "매우 악질적"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같은 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도 사평을 통해 미국의 중국인 해커 기소 문제를 두고 미국이 '주화입마' 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주화입마는 무협 소설에서 자신의 힘에 취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것을 뜻하는 의미로 자주 등장한다. 환구시보는 이번 기소 건에 대해 "미국이 자신들의 발전한 법률 체계를 무기로 대중 압박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