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산 美기업 후회 막심.. 애플, 90억달러 손실 최대
파이낸셜뉴스
2018.12.28 17:10
수정 : 2018.12.28 17:10기사원문
웰스파고·씨티그룹 등도 고점서 매입 손실 눈덩이
감세혜택, 허공에 날려
애플을 비롯한 일부 정보기술(IT)업체, 대형 은행들이 감세에 따른 혜택을 자사주 매입에 대부분 쏟아부어 막대한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자리 창출과 투자, 임금 인상이나 배당 확대 등에 쓰일 수 있었던 돈이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주가가 다시 오르면 이같은 장부상 손실은 다시 메워지겠지만 향후 주식시장 전망이 매우 불확실해 낙관하기는 어렵게 됐다.
■감세혜택 공돈, 주가 최고시 투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 지수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S&P500 편입기업들의 자사주 매입규모는 5834억달러로 전년동기비 52.6% 급증했다. 연간 전체를 기준으로 한 사상최고치와도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S&P 500 지수는 26일 마감가 기준으로 9월 최고치에 비해 15.2%. 올 전체로는 7.7% 하락했다. 뉴욕증시 약세가 두드러지면서 자사주 매입에 따른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가장 큰 손실을 기록한 업체로는 애플이 꼽힌다. 애플은 올들어 자사주 매입으로만 90억달러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깎아주고, 해외 유보이윤을 미국으로 들여올 때도 세제혜택을 주는 지난해 통과된 감세안 혜택 대부분을 자사주 매입에 쏟아부었다. 올 4.4분기 들어 뉴욕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선데 따른 장부상 손실이다.
이들 대기업은 대부분 자사주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던 시점에 상당분을 사들였던 터라 최근의 하락 장세에서 심각한 손실을 기록했다. 뉴욕증시가 26일 큰 폭의 하락에서 벗어나 급등 마감하고, 27일에도 장중 600포인트(다우지수) 넘는 하락을 딛고 막판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이틀 동안 상승세를 타기는 했지만 손실을 메우는데는 별 도움이 못되고 있다. 애플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한 공시서류에 따르면 애플은 올들어 9월까지 자사주 629억달러어치를 사들였다. 그러나 26일 마감가 기준 애플이 사들인 자사주 가치는 538억달러에 그쳤다. 91억달러 평가손이다.월 평균 자사주 매입가는 최고 주당 222.07달러에 이르렀지만 26일 애플 주가는 157.17달러로 마감했다.
■웰스파고.씨티그룹도 손실 커
일부 대형은행들도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가 큰 손실을 입고 있다.
웰스파고는 9월까지 자사주 매입에 133억달러를 들였지만 현재 자산가치는 106억달러로 27억달러 줄었다.
씨티그룹 역시 같은 기간 자사주를 99억달러어치 사들였지만 지금은 매입 가치보다 28억달러 적은 71억달러로 가치가 쪼그라들었다. 웰스파고와 씨티그룹 모두 월평균 가격이 1년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에서 자사주 매입이 이뤄져 평가손실이 크다.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스도 1~9월 45억달러어치 자사주를 매입했고, 현재 가치는 거의 반토막 난 27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18억달러 손실이다. 평균 주당 50달러 이상에 자사주를 사들였지만 26일 종가는 30.64달러를 기록했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스 주가는 올들어 40% 폭락했다.
막대한 평가손은 애플 등이 과연 제대로 된 투자에 나섰는지에 대한 의문을 높이고 있다.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이 초과 이윤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효과적인 방법이고, 평가손이 나더라도 뒤에 주가가 오르면 이를 만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적정성, 경제성에 대한 의문이 높아지게 됐다.
기업 지배구조 컨설팅업체 밸류에지 어드바이저스의 넬 미노우 부회장은 "만약 그들이 이 정도 기업가치가 감소하는 합병에 나섰다면 투자자들은 크게 우려했을 것"이라면서 "이들 기업의 소명은 단 하나다. 자본을 효과적으로 잘 활용하는 것이 그것"이라고 비판했다.
미노우는 기업들은 감세로 생긴 절세액을 자사주를 매입하는 대신 재투자하거나 임금을 높이고, 배당을 확대하는 더 생산적인 일에 쓸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자사주 매입은 시중에서 회전되는 주식수를 줄이게 되고, 이는 같은 이윤으로 더 많은 주당순익을 거둘 수 있게 되는 착시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게 해 줄 것으로 분석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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