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원룸에 있는데 도어락 누르는 소리가 쉴새없이 들려요"

파이낸셜뉴스       2019.01.05 08:00   수정 : 2019.01.05 08:00기사원문

#. 대학생 정지연(가명·25)씨는 최근 경비 아저씨가 24시간 상주해 있는 오피스텔로 이사했다. 며칠 전 누군가가 현관문 번호키를 마구잡이식으로 눌러 온 신경이 쭈뼛 선 경험을 하면서부터 보안의 중요성을 몸소 느끼게 됐다. 지금 사는 곳 보다 월세 20만원이 더 비싸지만 안전을 위해서 방을 옮겨야만 했다.

혼자 자취하는 여성들에게 방은 불안한 휴식처다. 예상치 못한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기 때문이다. 택배 물건을 받는 것에서부터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것까지 일일이 신경쓸 수밖에 없다.

1인 가구 여성의 증가로 주거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 1인가구수는 561만8677개로 전체의 28.6%였다. 2015년 서울시 여성 1인가구는 57만 가구로 전체의 51.2%를 차지했다.

■창문 도어락 설치는 기본.."월세 비싸도 가야죠"

20~40대 1인 가구 여성들은 주거지의 '안전과 위험'에 대해 크게 걱정하고 있었다. ‘2017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20~40대 1인 가구의 걱정 요인 7가지(건강·주거환경·외로움 등) 가운데 ‘안전·위험 요소’를 1~2순위로 고른 여성이 54.1%의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남성은 19.3%에 불과했다. 특히 서울시 청년 여성 1인 가구 중 45.3%는 CCTV, 출입구 보안시설, 방범창 등 안전시설이 미비한 점을 불안 원인으로 꼽았다.

스스로 안전을 지키고자 '돈과 시간을 더 쓰겠다'는 여성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창문에 도어락을 설치하고 현관문을 2중, 3중으로 꼭꼭 걸어 잠근 채 생활하는 경우도 많다. 월세가 비싸도 비교적 안전해 보이는 여성전용원룸을 고집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직장인 송아현(가명·29)씨는 "직장과 거리가 멀지만 일부러 여대 근처 여성전용원룸으로 이사했다"면서 "돈과 시간 모두 전보다 더 써야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안전비용'으로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저층, 반지하, 옥탑방, 복도형 집이나 큰 대로변에 있지 않은 집은 여성들이 기피하는 조건에 해당한다. 대학생 이지영(가명·23)씨는 "또래 남자 친구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전혀 공감하지 않았다"면서 "결국 위험한 상황을 피해야 하는 것은 여성들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여성을 위한 안전정책, 이대로 괜찮을까?

현재 서울시가 진행하는 여성의 안전정책은 안심택배 서비스, 안심귀가 지원, 안심지킴이 집이다.

여성 안심택배 서비스는 여성 1인가구 밀집지역 위주로 일반주택가에 무인택배 보관함을 설치한 것이다. 2013년 50개로 시작한 '여성 안심택배 보관함'은 현재 210개소까지 늘었다.

안심귀가 지원은 야근이나 학업으로 밤 늦은 시간에 귀가하는 여성과 청소년을 위해 2인 1조로 구성된 스카우트가 지정된 약속장소에서 신청인을 만나 집 앞까지 안전하게 귀가 동행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여성 대상 범죄 취약지에 있는 편의점 1,000여 개소를 '여성 안심 지킴이 집'으로 지정해 매장 직원이 핫라인으로 연결된 경찰에 출동 요청을 하는 서비스도 있다.

하지만 이들 정책의 이용률은 각각 2.6%, 1.9%, 0.4% 정도로 저조한 상황이다.
특히, 이는 모두 집 밖의 서비스 정책에 불과하다. 여성들이 집 안에서 느껴지는 막연한 공포나 두려움에 대해서까지 정책이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우리나라 여성의 안전정책과 사회적 인식이 아직도 미진한 게 사실"이라며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