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청년 사장' 바람 거세다…가업 물려받아 한단계 '도약'
뉴스1
2019.01.09 09:00
수정 : 2019.01.09 14:18기사원문
본래의 기업문화 고수하면서도 남다른 목표 세워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가업을 물려받은 청년 사업가들이 두드러진 성과를 내며 식품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 젊은 최고경영자(CEO)들은 기업의 문화와 정신은 고수하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더해 기업을 탈바꿈시키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가업을 잇는 청년 사업가 중 두드러진 성과를 내는 기업으로는 단연 '지평막걸리'를 만드는 '지평주조'가 꼽힌다.
지평주조의 수장 김기환 대표는 올해 만 37세로 2009년 지평주조 입사했다. 2010년 지평주조를 물려받아 4대째 경영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매출 성장폭이다. 김 대표는 취임 당시 2억원이던 매출을 8년 만에 100억원대로 끌어올렸다.
지평주조의 매출은 알코올 도수를 1도 낮춘 5도짜리 막걸리를 내놓은 2015년 45억원으로 급증했다. 2016년에는 다시 62억원으로 늘었고 2017년 110억원으로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목표했던 160억원의 매출도 무난히 달성했다. 2015년부터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53%에 달한다.
지평막걸리가 이처럼 초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젊은 세대'가 찾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막걸리가 그동안 텁텁하고 무거운 느낌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반면 지평막걸리는 부드러운 목넘김으로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여기에는 고유의 전통방식을 고수하되 맛 품질을 고르게 하고자 생산방식에 혁신을 가한 김 대표의 결단력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쌀 누룩을 쓰는 여타 막걸리 제품과 달리 밀 누룩을 쓰는 전통방식을 고수했다. 밀 입국은 밀 자체의 단백질 함량이 높아 고소하고 깊은 맛을 낸다.
걸림돌은 손맛과 감에 의지하다 보니 맛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에 김 대표는 과거의 방식을 과감히 탈피하고 생산의 모든 공정을 시스템화해 균일한 맛을 내도록 했다. 최첨단 자동화설비와 품질관리 설비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맛이 달라지자 수요가 늘었고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예쁜 막걸리', '맛있는 막걸리'로 입소문까지 탔다. 지평주조는 2017년부터 유통망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채널도 대형마트와 편의점으로 넓히는 중이다.
또 '젊은' CEO의 활약이 두드러진 다른 업체로는 '에쓰푸드'가 손꼽힌다. '존쿡델리미트'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조성수 대표(42)는 창업자였던 조태철 전 회장의 아들로 2009년 에쓰푸드에 경영지원실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부사장을 거쳐 2013년부터 대표직을 맡고 있다.
조 대표는 B2B 외식 시장만 공략하던 에쓰푸드를 소비자와 더욱 친숙하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B2C와 외식 시장에 도전했다. B2C 브랜드인 '존쿡'을 '존쿡 델리미트'로 리뉴얼 론칭하고 유통 채널을 백화점과 마트, 온라인 등으로 확장했다.
최근 그는 육제품의 식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쿠킹클래스 등 식문화 체험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육제품과 어울리는 빵과 소스,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개발했다. 최근 서울 한남동에 개관한 살라미뮤지엄을 비롯한 다양한 브랜드 체험 스토어도 열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2016년 에쓰푸드는 매출은 123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육가공 시장 규모가 9281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시장점유율 13.3%를 달성한 셈이다. 2017년에는 매출이 1448억원으로 증가했고 영업이익 역시 전년비 18% 늘어난 61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도 대를 이은 젊은 기업가들의 약진을 반기고 있다. 선친에게 물려받은 기업을 더욱 더 발전시키기 위해 고민하고 자신의 경험과 열정으로 성과를 이뤘다는 점은 회사의 성장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다. 단순히 선친이 일군 부와 명예를 그대로 물려받는다는 인식을 바꾸는데도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김기환 대표의 경우 대학교 졸업 후 홍보 전문회사에 다니던 중 지평주조에 입사했다. 가업의 정신을 이어받되 본인의 지식을 바탕으로 제조 방식에서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밤낮으로 애쓴 결과가 성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본인만의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경영을 하는 사례가 많다"며 "물론 다 성공할 수는 없고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기는 어렵지만 그 노력이 빛을 발해 기업이 더 발전한다면 분명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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