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닮아가는 두 부류
2019.01.16 17:38
수정 : 2019.01.16 17:38기사원문
사회과학에서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이 가능할까. 특히 동일한 경제현상에 대해 서로 극과 극의 주장이 나오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예를 들자면 작년과 올해의 경제성장률은 정부 전망치 기준으로 보면 2.6~2.7%로 예상이 된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이 수준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낮지 않기에 펀더멘털은 괜찮다고 주장한다. 반면 불과 재작년 성장률이 3.1%였던 점을 고려한다면 경기하강이 너무 빠르다는 반대의 주장도 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 물과 기름 같은 두 시각에는 근본적 공통점이 있다. 우선은 유식한 말로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의 늪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자기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럴듯한 증거를 막 갖다가 붙이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보기에 민망한 증거들을 들이댄다. 또 다른 공통점은 이제는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싸움을 하고 있다. 서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대편이 망해야 내가 산다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두 부류 모두 정부가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다. 자신들의 주장대로 정부가 따라야 경제가 살고 상대편 주장대로 가면 경제가 망한다는 식이다. 그런데 우리 솔직해 보자. 정부가 한국 경제의 방향성을 결정했던 적이 있었나. 경제는 결국 민간이 그 운명을 결정했다. 정부가 아무리 열심히 하거나 아무리 어리석은 짓을 해도 우리 경제성장률의 0.1%포인트나 움직일까. 현 정부를 포함해 역대 어느 정부가 시급한 사회문제를 하나라도 확실하게 해결한 적이 있었던가. 그들만의 생각이고, 그들만의 착각이다. 요약하면 두 부류는 닮아가고 있다. 둘 다 존경받을 신념은 없고, 자신이 진리라는 독선만이 있다. 그리고 서로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을 아나. 솔직히 대부분의 국민은 이들 두 부류의 주장에 별 관심도 없다. 이른 새벽 대부분의 국민은 별생각 없이 학교로, 일터로 졸음을 참으며 발걸음을 옮길 뿐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경제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