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도 안돼 잃어버린 아들, 잘 지내고 있는지… "
파이낸셜뉴스
2019.02.11 16:44
수정 : 2019.02.11 16:44기사원문
1997년 아내가 서울역서 잃어버려
20년 넘은 지금도 우울증 시달려
"어디에 있는지 확인만 했으면 좋겠다. 먼 발치에서라도 바라만 봐도…."
지금은 20대가 훌쩍 넘었을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박정문씨(56)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백일도 채 되지 않은 아이를 잃어버린 박씨의 회한은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었다.
박씨는 아내가 혼자 서울역에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가 화장실을 간 사이에 사라졌다고 전했다. 한 남성에게 잠시 아이를 맡기고 화장실을 다녀와 보니 아이와 남성이 함께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후 아이를 다시 만날 순 없었다.
이후 박씨의 삶의 굴곡은 시작됐다. 한 지역 방송에 출연해 아이를 찾기도 했다. 방송 이후 '부산 영도다리 밑에 아이가 있는 것 같다'는 제보가 들어와 부산까지 달려갔으나 허사였다고 전했다.
아이를 찾는 과정에서 가정은 무너졌고, 아내와는 결국 이혼했다. 혼자 두 자녀를 기르기는 힘에 벅차 아이들은 보육원으로 보내지기도 했다. 그는 재혼해 새롭게 출발하고, 아이들이 보육원에서 돌아와 온전한 가정을 이룬 것은 불과 2년 전이다. 이런 박씨의 사연은 지난 2017년 한 방송을 통해 전파를 타기도 했다.
그는 "(답답한 마음에) 아들을 잃어버린 자리에서 노숙까지 해보기도 했다"며 "여전히 자식을 잃은 충격은 이어지고 있고, 우울증으로 병원도 다니고 있다. 자식을 잃어버려 본 사람의 삶이 다들 그렇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전단지에 실종 전 신생아 사진을 붙이고 여전히 아이를 찾고 있다. 신생아 시절 아이를 잃어버려 그때의 얼굴이 남아있지는 않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장밖에 남지 않은 사진을 함께 꼭 넣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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