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180cm·몸무게99kg '아재'를 신사로 변신시킨 49만원짜리 정장은?
뉴스1
2019.03.04 06:01
수정 : 2019.03.04 11:15기사원문
'대세 남성복 브랜드' 수트 서플라이 정장 직접 입어보니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키 180㎝·몸무게 99kg"
독자를 위해 밝힌다.
기자의 '신체 사항'이다. 30대 후반인 기자를 일러 요즘 말로 '아재(아저씨를 의미)'라고 한단다. 이 나이에, 이 몸매에, 품위 없는 행동까지 한다면 네 발 가진 포유류를 뜻하는 한 글자 명사를 '아저씨'에 붙인 'x저씨'라는 비난이 따른다. 'x저씨' 행동을 하지 않노라고 자부하는 기자의 고민은 하나 있다. 몸에 맞는 정장 한 벌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기자의 개인 계좌에 한 달 급여가 입금됐다(감사합니다!). 정장 한 벌 사기로 큰마음을 먹었다. 취재원과의 인터뷰 등 중요한 자리가 부쩍 늘어서다. 기자와 체형이 비슷하면서 '패셔니스타(옷 잘 입는 사람)'임을 자처하는 지인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의 답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남성 정장 브랜드 '수트 서플라이.' 옷 잘 입는 남성들이 즐겨 입어 요즘 '핫'하게 떠오른 브랜드다.
이날 퇴근 후 강남구 청담동 소재 수트 서플라이 매장으로 향했다. 판매 직원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눈치였다. 기자 스스로 맞는 정장이 없을까봐 남몰래 끙끙 앓던 고민을 말이다. 직원은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표정으로 "재킷을 벗고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권했다. 재킷을 벗자 뱃살이 셔츠를 압박하며 도드라졌다. 기자 또래로 보이던 주변 남성은 어찌나 몸매가 그리 좋은지.
한 사이즈마다 '6가지 피트(옷이 몸에 맞는 정도)' 재킷이 있단다. 그만큼 다양한 체형을 고려한 제품을 생산한 것이다. 6가지 피트 제품 중 기자 체형에 맞는 재킷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그랬다. 사이즈 112의 6가지 피트 제품 가운데 가장 맞춤한 재킷이 있었다. 뱃살이 종적을 감췄다. 다만 소매 부분은 다소 길었다. 직원은 "1~2㎝ 정도만 수선하면 된다"며 "전문가의 맞춤 수선 덕분에 옷 균형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재킷과 한 짝을 이루는 바지도 입었다. 바지 사이즈는 38. 기장은 다소 길고 통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직원은 십자선 부분을 1㎝ 정도 늘려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래야 착용 시 더 가벼운 느낌이 들 것이라고 한다. 바지 길이를 재더니 안 기장은 '78㎝'로 맞추면 된다는 설명이다. 직원의 표정에는 "전문가"라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소재는 '100% 울'이다. 무엇보다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직원은 "지금 입은 옷이 스테디 셀러(꾸준히 인기 있는 제품)"라며 "사계절 내내 입을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그렇긴 해도 한 여름 착용은 힘들 듯하다. 이 시기를 제외하면 부담 없이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이곳 방문에 동행한 지인은 "체형 사이즈(크기)가 두 치수 작아 보인다"며 구입을 강력하게 권했다.
가격은 바지와 재킷 합쳐 49만9000원. 여기에 수선비 2만3500원을 포함해 총 52만2500원을 지출했다.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면 철이 바뀔 때마다 '용기'낼 수 있는 가격이다. '저가'라고 할 순 없으나 나름대로 '가성비'가 있는 브랜드 정장이다.
실제로 수트 서플라이의 치솟는 인기 요인은 '가성비'다. 수트 서플라이는 인근 명품거리 남성브랜드 중 매출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가격은 49만9000원부터 100만원대 초반까지다. 100% 이탈리아 원단을 경쟁력으로 앞세운 브랜드다. '맞춤 수선'도 강점이다. 유럽풍 트렌디한 디자인을 추구하되 맞춤 정장 같은 편안한 느낌을 주는 셈이다.
아무리 '대세 브랜드'라도 취향의 차이는 존재한다. 기자와 신체적인 조건이 비슷한 후배는 "괜찮기는 하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다"며 구매를 포기했다.
트렌디하고 맵시 있는 옷을 입는다고 '아재'가 갑자기 '모델급'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의 신체적인 약점을 가려주는 '피트'의 정장을 입고 자기 관리 노력을 어느 정도 보탠다면 어느 날 아재는 '형' 또는 '오빠'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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