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원이요? 아깝지 않은데요?" 네일 관리로 스트레스 푸는 사람들
파이낸셜뉴스
2019.03.07 10:15
수정 : 2019.03.07 13:47기사원문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관리"
-네일샵 원장 "때 미는 것과 비슷하다는 의견도…남성 고객 늘고 있어"
-심리학 전문가 "자신을 위해 비용을 할애한다는 행위, 힐링효과로 이어져"
"8만원이라고? 조금 비싼 거 아니야?"
5년 차 직장인인 서지혜(29) 씨는 지난 주말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지인에게 이같은 질문을 받았다. 검은색 바탕에 큐빅을 붙인 지혜 씨의 손톱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 회에 드는 비용은 적게는 3만원부터 많게는 8만원. 기본 관리는 비교적 저렴하지만 큐빅을 붙이는 등 화려해질수록 가격은 상승한다.
가격에 대해 지혜 씨는 불만이 없다. 근무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자신의 관리된 손톱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
지혜 씨는 "사무실에서 일만 하고 답답할 때가 있는데 손톱까지 칙칙하면 왠지 더 우울해진다"며 "나는 술을 안 마신다. 술값 대신 매달 8만원을 기분전환에 쓴다고 생각하니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손톱이 잘 관리돼있으면 여자 끼리 모일 때 왠지 모르게 으쓱하게 되고 남자친구도 좋아한다"며 "자기관리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한 달 가까이 손톱을 보고 즐거울 수 있는데 괜찮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손톱을 관리하는 이유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직업적인 특성이 이유가 되기도 하고 습관화돼서 안 할 수 없다는 경우도 있었다.
2년째 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현주(31) 씨는 "고객들과 접하며 손을 보일 일이 많아서 손톱에 신경 쓰게 된다"며 "손톱 관리를 하다가 안 하면 맨얼굴로 나온 것처럼 민망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밝혔다.
또 김지영(33) 씨는 "특별히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다. 여행가거나 기분 내고 싶을 때 손톱 관리를 받는다"며 "비용이 들지만 스스로를 가꾸고 있다는 생각에 자존감이 높아지는 거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젤 네일을 하면 지울 때도 네일숍에 가야 하기 때문에 꾸준히 관리를 받게 된다"며 "다만 네일아트를 할 때마다 손톱이 약해지는 거 같아 걱정되기도 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6일 방문한 네일샵에선 손톱을 관리받으며 스트레스를 풀고 자기만족을 한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20년 넘게 네일관리를 받았다는 송채원(49) 씨는 남편의 반응은 어떻냐는 질문에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관리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송 씨는 "손톱을 깨끗하게 정리한다는 거 자체가 상당히 기분이 좋고 중독성이 있다"며 "손톱이 지저분하면 내밀 때 민망하기도 하다. 우리 딸 아이도 초등학생일 때부터 네일아트를 해줬다"고 말했다.
여의도에서 약 10년간 네일샵을 운영 중인 이숙향(50) 씨는 "손톱을 예쁘게 가꾸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고객분들이 많다"면서 "어떤 손님은 목욕탕에서 때 미는 것과 비슷하다고도 하시더라. 최근엔 남자 고객도 많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샵에서 13년째 네일샵을 하고 있는 신현주(46) 씨는 "네일은 미용에서 시작했지만 본질적으론 건강하고 결부돼있다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 손톱을 물어뜯는 사람은 손톱이 손상되는데 이를 관리 받으면서 청결을 유지하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손톱도 신체의 일부이기 때문에 손상되면 복원하고 치유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에 대해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손톱은 눈에 바로 보이고 다른 부위에 비해 개인차가 적다 보니 작은 포인트로도 상당히 돋보일 수 있다"며 "관리를 했을 때 바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가심비'가 높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경쟁이 심화되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쉬운 환경에서 오로지 나를 위해 비용을 할애한다는 행위 자체에 대해 힐링효과를 느낄 수 있다"며 "너무 과하면 사치가 될 수 있지만 손톱을 관리하면서 느끼는 행복감이 크다면 누려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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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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