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학세권도 옛말… 화장품가게·식당·모텔 줄줄이 폐업

파이낸셜뉴스       2019.03.25 17:41   수정 : 2019.03.25 17:41기사원문
<중> 젊음의 거리 신촌 '빈 가게' 즐비
신촌역∼이대역 '임대' 넘쳐..건물 2채가 통으로 빈 경우도
中 관광객 줄 어 장사 더 안돼..'권리금 뻥튀기' 업자도 등장





연세대와 이화여대가 있는 젊음의 거리 신촌도 '빈 가게'가 넘쳐나고 있다. 서울 논현동과 이태원이 30대 직장인의 지갑을 여는 곳이라면 신촌은 20대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의 주요 거처다. <본지 3월 24일자 5면 참조> 온라인숍에 밀려 문을 닫는 화장품가게, 새 임차인을 못 찾아 통으로 빈 식당건물, 심지어 젊은 연인이 찾는 숙박업소마저도 줄어들고 있다.

■역세권, 학세권도 빈 건물투성이

25일 오후 신촌역 3번 출구, 5m도 채 가지 않아 빈 가게 두 곳이 나타났다. 그중 한 곳은 최근 가게가 빈 탓인지 가게 안으로 남성속옷 모델사진과 '50% 할인'이라는 문구가 아직 걸려 있다. 2호선 신촌역을 출발해 경의중앙선 신촌역, 이화여대 정문, 이대입구역으로 약 2㎞를 걷는 동안 대략 서른 곳이 넘는 빈 가게를 발견했다.

차없는거리 골목에 통으로 빈 건물은 2년 전 식당건물을 리모델링했으나 수년째 새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화장품가게로 쓰던 4층 건물, 담 하나를 사이에 둔 건물 2채가 통으로 빈 경우도 있었다. 이대역 인근 가게들은 최근 간판을 뗀 탓인지 과거 팔았던 화장품 브랜드를 알아 볼 수 있는 얼룩이 남아 있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이화'가 중국어 '리파'(이익을 준다는 뜻)를 뜻해 중국인 관광객이 넘쳐나 이화여대 학생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당시 화장품가게들은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아르바이트생을 두셋씩 고용하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이화여대 정문 근처, 문을 닫은 수많은 화장품가게 사이로 새로 개업을 앞둔 가게 하나가 눈에 띄었다. 'OO부동산 중개법인, 010-XXXX-XXXX'.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컨설팅업체'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문을 닫는 가게의 권리금을 깎고 전 임차인을 내보낸 뒤에 새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붙여 장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권리금 뻥튀기'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모텔도 수익성 악화에 폐업

결혼을 포기한 가난한 청춘들에게는 '사랑노래'도 점점 더 사치가 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6년 말 7715개였던 숙박업소는 2년 뒤인 2018년 말 기준 6749개로 약 1000개나 줄었다. 대학생의 취업은 늦춰지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편의점·식당 등 아르바이트 자리가 줄면서 용돈벌이도 더 어려워지고 있다.

온라인 숙박앱 회사 야놀자 관계자는 "24시간 가게를 하는 숙박업 특성상 최근 인건비 부담이 늘었다"며 "4시간 근무에 30분 휴식 보장 등을 위해 직원을 더 뽑기 어려운 사장님이 새벽근무를 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에 약 3만개 모텔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약 30% 정도만 온라인 제휴가 돼있어 프랜차이즈형 모텔 사업은 더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기업형으로 운영되는 프랜차이즈 점포보다 소규모로 운영되는 일반 점포의 경우 문을 닫는 경우가 더 많았다. 2016년 말 기준 서울시 전체 자영업 점포(외식·서비스·소매업) 숫자는 49만773개에서 2018년 말 47만957개로 1만9816개 줄었다. 이 중 프랜차이즈 점포는 단 525개만 줄어들었으나 일반 점포는 1만9291개나 문을 닫았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