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경고 "한국 ILO 협약비준 진전 없을땐 다음 절차 밟겠다"
파이낸셜뉴스
2019.04.09 15:49
수정 : 2019.04.09 15:49기사원문
이재갑 장관 "사회적 대화 지원 등 비준 최선"
EU "국회 경영계 만나 ILO 비준 필요성 설명"
세실리아 말스트롬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9일 한국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가시적 성과를 내놓지 않을 땐 자유무역협정(FTA) 분쟁 해결 절차인 전문가 패널 개시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말스트롬 집행위원은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재갑 노동부 장관을 만나 "한-EU FTA 상의 노동 관련 의무인 핵심협약 비준이 (한국에서) 수년간 지연되고 있다"며 "조속한 시일에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가시적 진전이 없을 경우 전문가 패널 개시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만남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무역위원회 참석차 방한 중인 말스트롬 집행위원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EU는 그동안 한국이 한-EU FTA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章)'에 규정된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해왔다. EU는 지난해 12월17일 ILO 핵심 협약 비준 등 양자간 현안 논의를 정부에 공식 요청해 지난 1월21일 한국에서 협의를 시작했다. 정부간 협의 기한이 3월에 끝났지만 진전이 없자 EU는 8차 한·EU 무역위원회가 개최되는 9일을 최종 시한으로 제시했다. 핵심 협약 비준의 성과가 없을 경우 다음 단계인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하겠다는 '최후 통첩'이었다. 핵심 협약 비준이 지연되더라도 금전적 배상의무가 발생하는 무역분쟁의 대상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EU가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하면 3명의 전문가 패널이 구성돼 한국의 FTA 위반 여부를 따지고, 권고안을 담은 보고서를 채택되면 한국은 국제적으로 '노동권 후진국'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
이 장관은 "말스트롬 집행위원에게 한국 정부가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지원하는 등 협약 비준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며 "EU가 우리나라의 핵심협약 비준 노력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보여줄 것을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분쟁 해결 절차의 첫 단계인 정부 간 협의는 지난달 18일 끝났고 EU는 이번 무역위원회에서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놓지 않으면 다음 단계인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한다는 입장이다.
말스트롬 집행위원은 "(ILO 핵심협약 기준에 따른 노동자 단결권 강화에 대한) 경영계의 우려와는 달리, ILO 핵심협약 비준이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며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한국 경영계 등에 대해 ILO 핵심협약 비준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논의해온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는 EU는 논의 시한 제시에 따라 당초 지난달 말 합의를 논의 시한으로 잡았지만 합의에 실패하면서 시한을 늦추고 부대표급으로 협상해왔다.
노사정 부대표급 협상에는 이성경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상근부회장,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 등이 참여했다.
지난 8일 마지막으로 합의를 모색했지만 성과 없이 끝났다. 쟁점은 ILO핵심협약 비준 자체보다 노동자 단결권 강화에 따른 대체근로 허용과 부당노동행위 처벌 등 두가지다.
경영계는 파업 중에 대체 근로를 허용하거나 부당노동행위 처벌 규정 폐지 등 노동자의 단결권 강화에 따른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에 따른 부작용이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법·제도, 문화적 환경을 선제적으로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반면 노동계는 ILO 핵심협약 비준이 ‘흥정의 대상’이 아니라며 조건없는 비준을 주장하며 맞섰다.
이 장관은 EU가 조치 시한으로 제시한 이날까지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데 대해서는 "EU에서는 오늘 결과를 종합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과 EU는 이날 오후 2시 서울에서 제8차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무역위원회를 열어 FTA 이행 상황을 평가하고 통상 현안을 논의한다. 말스트롬 집행위원은 이어 오후 4시에는 ILO 핵심 협약 비준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서 밝힐 계획이다. 아울러 국회 김학용 환노위원장을 면담하고 출국한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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