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키히토 일왕 '평화의 시대'에서 나루히토 '화합의 시대'로

파이낸셜뉴스       2019.04.28 15:36   수정 : 2019.04.28 17:34기사원문
4월30일 오후 5시께 생전퇴위
5월1일 오전 10시 새 일왕 즉위
10월22일 공식 즉위식 



【도쿄=조은효 특파원】"헤이세이(平成)가 전쟁없는 시대로 끝나게 된 것에 안도하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125대 일왕)은 지난해 12월, 현직에서의 마지막 생일(85세)을 맞은 자리에서 재임 기간 평화의 시기를 구가했노라며 이같이 말했다. 아키히토 일왕이 재임한 31년간은, 비록 경제적으로는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렸던 불황기가 있었더라도, 정치·사회적으로는 평화를 달성한다는 뜻의 그의 연호 헤이세이처럼 순조롭고 안정적인 시기였다.

전쟁에 대한 '반성'과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해 온 아키히토 현 일왕의 행보는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돌진하는 아베신조 총리와는 사뭇 대비된다. 그는 지난해 2차 대전 패전일(8월15일)에 열린 희생자 추도식에서 아베 총리와는 달리 "과거를 돌이켜보며 깊은 반성"이라는 말을 썼다. 앞서 1995년엔 원자폭탄 피폭지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를 찾았고 중국, 필리핀 등 일본이 저지른 전쟁으로 피해를 본 나라를 방문했다. 2005년에는 사이판의 한국인 전몰자 위령지인 '한국평화기념탑'에 참배했다. 2007년엔, 도쿄의 지하철 선로에 추락한 일본인을 구하다가 숨진 의인 이수현 씨 추모영화 시사회에 참석했다. 또 "내 개인으로는 간무(桓武) 천황(일왕)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記)에 쓰여 있는 데 대해 한국과의 연(緣)을 느끼고 있다."(2001년)고 말해 일본 사회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으며, 미치코 왕비와 함께 방한을 희망한다는 입장이 보도되기도 했다. 왕세자 신분이던 1988년엔 일본 정부가 한국에 그의 방한을 타진하기도 했으나 재임 후에도 끝내 한국 방문은 성사되지 못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달 30일 오후 5시께를 기점으로 퇴위한다. 일왕의 '생전퇴위'는 202년만이다. 이어 5월 1일 오전 10시께 그의 장남인 나루히토 왕세자의 새 일왕(126대)으로 즉위한다. 이날로 일본에선 레이와(令和·조화와 화합)시대가 열리게 된다.

평소 조용한 이미지를 구축한 나루히토 왕세자의 대외 발언은 좀처럼 많지 않지만 대체적으로 전쟁과 평화에 대한 입장은 부친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 생일맞이 기자회견에선 "지금의 일본은 전후 일본 헌법을 기초로 삼아 쌓아 올려졌고 평화와 번영을 향유하고 있다"며 "헌법을 지키는 입장에 서서 필요한 조언을 얻으면서 일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의 평화헌법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으로 비쳐진다. 이는 헌법 개정에 나선 아베 총리와 거리가 있다. 우경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아베정권에서 새 일왕이 어떤 메시지를 낼 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ehch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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