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좋아하면 환자인가요?"… 게임장애 질병 코드 등록 논란
파이낸셜뉴스
2019.05.07 17:19
수정 : 2019.05.07 17:19기사원문
WHO, 오는 20일 세계보건총회서 게임장애 질병분류 확정 여부 결정
의학계 "멀쩡한 사람 환자 만들어"
의학·제약업계 수익창출 문제제기..정치권도 "10대들 약물치료" 우려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는 20일 열리는 세계보건총회(WHA)에서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국제질병분류 개정판(ICD-11) 확정 여부를 결정키로 한 가운데 한국 게임계가 이를 저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 관련 협·단체 등 업계와 학계, 국회까지 나서 반대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한국게임학회 등이 주축이 돼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도 발족했다.
게임과학포럼이 지난달 29일 개최한 '게이밍 디소더, 원인인과 결과인가' 행사에서 크리스토퍼 퍼거슨 스텐슨 대학 교수는 "게임 자체가 아니라 스트레스 등 다른 이유가 먼저 발생을 하고 게임을 하면서 이 스트레스를 풀게 되면서 문제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한국의 연구에서도 학생들이 공부 스트레스가 많은데 부모가 이해를 못해준다고 느껴서 게임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자체로 문제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라고 주장했다.
윤태진 연세대학교 교수는 "게임 중독 의료화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나서부터 비의학적 문제가 의학적 문제가 되어 가는 것"이라며 "멀쩡한 사람이 환자가 되는 것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을 의학적인 방법에 의해서만 치유할 수 있다는 명제가 강력하게 작동을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계 외에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내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기관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게임산업협회가 WHO의 게임 질병화 시도에 반대 의견을 냈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WHO의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 의견 수렴 사이트를 통해 게임장애 질병코드 신설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문체부와 한콘진도 동일한 취지의 서한을 WHO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는 이번 서한을 통해 게임장애를 규정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의학계와 심리학계는 게임 장애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다. 사회적인 합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게임장애가 질병으로 등재된다면 단순히 게임을 좋아하는 사용자도 질환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고 반발했다.
■ 질병코드 주장 이유, 결국은 '돈'
특히 게임 질병 코드가 확정되면 정치권에서는 이를 명분으로 게임업체의 매출 징수를 시도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를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에도 여러 국회의원이 게임산업의 매출을 징수하려고 시도한 바 있다"라며 "정치권에서 계속해서 게임 장애 질병코드를 주장하는 이유는 결국 '돈' 아니겠나"라고 토로했다.
또 없었던 질병이 새로 추가되면 의학, 제약업계의 새로운 수익 창출원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경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및 인지과학 협동과정 교수는 "과잉 의료화가 우리 의료, 교육, 사회 문화적인 여건에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생각해 봐야한다. 예를들어 골치가 아프다고 한 사람이 두통 환자니까 바로 외래진료를 받고 두통약을 처방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약을 팔려고 병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과잉 의료화의 문제들이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열린 국회 4차산업특위 전체회의에서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코드에 편입하고 이를 국내에 적용하게 되면 주로 10대 청소년들이 게임 중독 진단을 받아 우울증 처방과 비슷한 약물치료를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달 '게임장애-원인인가 결과인가' 행사에 참석해 "시대 및 기술의 변화를 병으로 규정하는 것은 과거 우마차를 규제하던 당시와 다를 바 없다"며 "WHO가 게임장애를 질병코드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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