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발견한 그림 실력, 하나님이 주신 선물"

      2019.05.08 16:30   수정 : 2019.05.08 16:40기사원문

"1996년 4월 9일 건축 설계사무소 문을 닫고 집에 들어와 새벽이 되도록 착잡한 마음으로 앉았습니다. 책상에 놓인 종이를 무심코 바라봤는데 갑자기 그 위에 그림자 같은 선이 떠올랐어요. 그 선을 따라 색칠했는데 모세의 모습이 나왔고 노아의 모습이 나왔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던 한 중년의 남자에게 갑자기 그림을 그리는 재능이 생겨났다.

지금으로부터 23년 전 일이다. 7일 서울 여의도 파이낸셜뉴스 본사에서 만난 김대일 경동대 건축디자인학과 교수(64· 사진)는 아직도 그 날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대학에서 건축과를 졸업하고 도면을 그리는 일을 평생 해 온 그이지만 성경에 나오는 인물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저는 유능한 전문 화가는 아니지요. 사실 아마추어에 가깝습니다. 처음에는 성령님이 제게 이 그림을 그리라고 말씀하시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힘들었습니다."

처음 환상이 보이기 시작한 순간부터 한달여간 손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그는 물감을 손에 묻혀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시간이 지나 안정기를 맞으면서 다시 한 번 하나님의 뜻을 생각하게 됐다는 그는 "그림에 대한 환상을 통해 하나님이 자신에게 온전히 순종할 것과 저에게 찾아온 감동을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누라는 뜻이 아닐까하는 깨달음이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는 수시로 떠오르는 환상을 쫓아 끊임없이 그림을 그렸다. 매일 그림을 그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건축 설계와 대학 교수라는 생업을 하면서 아침 7시에도, 잠이 들기 직전인 새벽에도 그에게 찾아오는 환상으로 인한 남 모를 고생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 때마다 그는 손에 쥐어진 필기도구를 찾아 현재까지 3500여장의 그림을 그렸다.

그의 그림은 성경에 나온 말씀을 모티브로 한 것도 있지만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하나님의 동행을 모티브로 한 것도 있다. 그림의 배경은 2000년 전 이스라엘부터 현대 카페까지 다채롭다.

한동안 종이에 그림을 그려오다가 포토샵과 전자 패드를 통해서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는 5년 전부터 SNS(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대화방에 새벽마다 그림을 나누는 일을 시작했다. 자신이 받은 감동을 쉽게 나눌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었다.


대학교수로서 정년을 1년 앞둔 올해, 자신의 그림들을 모아 전자책 '더 씨잉 오브 바이블(The Seeing of Bible)' 2권을 냈다. 그는 어떤 형태든 자신의 신앙적인 기록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책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미자립 교회나 선교지에서 필요로 한다면 저작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활용했으면 한다"면서 "마지막까지 쓰임받는 삶이 되길 소망한다"는 바람을 비쳤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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