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기준 바꿨더니 빚이 2배로… 직격탄 맞은 항공사들
파이낸셜뉴스
2019.06.02 17:56
수정 : 2019.06.02 17:56기사원문
새로운 리스 회계기준서 도입에 빚 늘은 항공사 목표주가 줄하락
호텔 등 20곳 재무안정성 떨어져..신용도 등급 변화 가능성 제기도
새로운 리스 회계기준서 도입에 따라 항공사를 비롯한 일부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관련 기업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신용평가사도 신(新)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신용도 점검에 들어갔다.
■항공사들 줄줄이 부채비율 상승
박정엽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기존 비용으로 인식하던 직영 사이트 임차료(고정비)는 계약금액 전부를 자산·부채화한 후 10년간 상각하게 된다"며 "분기별 200억원가량의 금융비용이 추가 발생하게 돼 순이익 변동성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리스부채 증가로 CJ CGV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306%에서 올해 1·4분기 578%로 확대됐다.
증권사들은 최근 진에어에 대한 투자의견, 목표주가도 줄줄이 하향조정했다. 진에어에 대한 증권사 투자의견은 '중립'이 6.25%(1월)였으나 5월에는 26.67%로 증가했다. '매수' 의견은 93.75%에서 73.33%로 대폭 축소됐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회계기준 변경으로 진에어 영업외 단에 리스부채 이자비용, 리스부채 외화환산손실 55억원의 추가 비용이 반영되면서 순이익은 기대치에 못 미쳤다"고 말했다. 진에어의 신 회계기준 도입으로 부채비율이 95.2%에서 221.2%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운용리스로 조달한 항공기 비중이 높은 아시아나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와 부채비율 상승폭이 컸다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2조5000억원의 리스부채를 인식했는데 대한항공이 인식한 리스부채(1조6000억원) 대비 9000억원이 많았다. 부채비율은 종전기준 하에서 아시아나항공은 814.8%를 나타냈으나 변경 기준을 적용하면 1144.9%로 확대됐다. 대한항공이 706.6%에서 753.7%로 확대된 것과 비교하면 양대 항공사의 부채비율은 상당한 격차가 생긴 셈이다.
제주항공(168.4%→266.1%), 에어부산(98.8%→287.8%), 티웨이항공(91.3%→232.5%) 등의 부채비율도 크게 올랐다. 재무상태 악화를 고려한 증권사들은 올해 들어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줄줄이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신용등급도에 부정적 영향 우려
이 밖에 현대상선은 2조원의 리스부채를 추가로 인식하면서 부채비율이 264.6%에서 442.5%로 증가했다.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역시 각각 1조5600억원, 1조3700억원의 리스부채를 각각 인식하면서 부채비율이 껑충 뛰었다. 호텔롯데의 부채비율은 107.1%에서 125.0%, 호텔신라의 부채비율은 201.1%에서 419.1%로 높아졌다.
신용도 변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신용평가는 리스 기준서 도입이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항공, 해운, 호텔 및 면세, 유통 업종 20개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재무안정성 지표가 저하됐다고 분석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20개 기업의 단순 합산 기준 순차입금은 23조1000억원이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37.5%포인트 상승했다. 원종현 한신평 연구원은 "이번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산업 전반과 업체별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경우 주요 모니터링 지표를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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