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초기에만 반짝투자.. 덩치 키워줄 대형 VC가 없다
파이낸셜뉴스
2019.06.10 18:00
수정 : 2019.06.10 19:24기사원문
작년 투자 3조5천억 달했지만 초기단계 기업에만 85% 몰려
한국 스타트업 투자금액이 지난해 3조5000억원에 육박하면서 7년 내 최고치를 찍었지만 투자비중은 엔젤과 시드, 시리즈A 등 초기투자에 85%가 몰리는 등 '투자 쏠림' 현상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정부가 '제2의 벤처붐' 전략 일환으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조 단위 정책자금을 편성해 투자규모는 커졌지만 정작 스타트업이 덩치를 키우는 중기와 후기 투자는 미진한 상황이다.
스타트업 업계와 벤처캐피털(VC) 등 관련 전문가는 민간투자가 정책자금을 압도하고, 민간 중심의 대형 VC가 탄생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길을 터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투자금은 엔젤과 시드, 시리즈A 등 초기투자에만 몰렸다. 한국무역협회가 낸 '한미중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비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시드·엔젤에 투자한 비중(건수 기준)은 65%, 초기는 20%로 85%에 달했다. 중기는 14%, 후기는 1%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은 시드·엔젤은 49%, 초기 23%, 중기 21%, 후기 7%로 중기와 후기 투자건수도 한국과 비교해 높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투자쏠림 현상의 원인을 대형VC 부재에서 찾는다. 구글, 페이스북, 우버, 에어비앤비와 같이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글로벌 기업으로 10년 내 발돋움하려면 적자를 내더라도 조 단위의 후속투자를 이어가는 소프트뱅크, 골드만삭스와 같은 대형VC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9년 창업한 우버의 지난 2017년 적자는 45억 달러(약 5조3334억원)에 달했지만 소프트뱅크는 우버에 77억달러(약 9조1260억원)을 과감히 투자했다. '적자기업' 우버는 소프트뱅크 등 든든한 우군 투자를 바탕으로 지난 2015년 자율주행차 연구, 지난해에는 하늘을 나는 택시 '우버에어' 개발에 뛰어드는 등 과감한 혁신을 선보이고 있다.
한 VC 대표는 "한국은 평균 한 VC가 1년에 6~10곳에 투자하고, 투자금액은 5억~50억원 정도"라면서 "만약 3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더라도 한 기업에 리스크를 짊어지고 1000억원의 후기투자를 하는 VC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실제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비바리퍼블리카 등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비상장 기업) 반열에 오른 스타트업의 후속 투자 역시 글로벌 VC가 주도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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