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 안 나려면···두산인문극장 '포스트 아파트'
뉴시스
2019.06.21 09:56
수정 : 2019.06.21 09:56기사원문
마흔을 바라보는 가장에게 아파트는 곧 전세 대출금 이자다. 공자는 세상일에 미혹당하는 일이 없다며 마흔을 불혹이라 칭했건만, 현시점 대한민국 마흔은 아파트 관련 일이라면 귀가 1000개라도 모자란다.
두산아트센터 ‘두산인문극장 2019 : 아파트’의 마지막 공연 ‘포스트 아파트’(Post APT)는 공연을 수십, 아니 수백개를 만들어낸다. 가변형 극장인 ‘블랙박스 시어터’ 공간을 극대화한 ‘포스트 아파트’는 무대와 객석의 구분을 없앴다. 곳곳이 무대이자 아파트이며 우리 기억의 공간이 똬리를 튼 곳이다.
심지어 건축가 정이삭은 현대 아파트의 창시자인 건축가 르코르뷔지를 거슬러 로마 그리고 선사시대까지 되짚으며 아파트의 기원을 찾는 강의를 공연 중간에 들려주기도 한다.
관객이 공연장 구석구석을 돌며 살필 수 있는 ‘포스트 아파트’는 관객 참여를 통해 관객의 몰입(immerse)을 유도하는 ‘이머시브 공연’의 결정판이다.
중요한 것은 이 개별적으로 보이는 요소, 기억들이 콜라주가 돼 우리가 생각하는 아파트에 관한 정경을 펼쳐낸다는 것이다.
안무가 정영두가 연출해낸 무용수들의 그로테스크한 움직임과 배우들의 현실적인 대사는 작곡가 카입이 뽑거나 만들어낸 아파트를 둘러싼 다양한 소리, 영화감독 백종관이 포착해낸 아파트와 도시의 서늘한 풍경, 정 건축가의 강의와 만나 다양한 장르를 품에 안은 다원극의 장점을 극대화한다.
공연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포스트 아파트 입주자 대상 안내문’을 잘 살펴보면 된다. 소리를 오롯이 체험할 수 있게끔 공연 중 안대를 착용해야 하니 입주 전 안대를 챙길 것, 공연 시작 전 30분부터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극장 앞마당과 로비를 살필 것, 마음껏 이동해줄 것 등 유의해야 할 내용이 적혀 있다.
공연이 끝나면 “문을 열면 이웃집 문 닫으면”라는 노랫말의 ‘아파트마을’을 흥얼거리게 되고, 거대한 아파트로 인해 변방으로 내쫓기는 이들의 연대의 장으로 느껴지는 노란 장판이 깔린 평상을 떠올리게 된다.
극중 노란 저고리를 입은 배우는 ‘동티’에 대해 강조한다. 우리말 동티는 땅, 돌, 나무 따위를 잘못 다루면 지신(地神)이 화가 나 재앙을 가져온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미래에 우리와 아파트 관계에서, 동티가 나지 않기 위해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가. ‘포스트 아파트’는 답이 아닌 질문이었다. 7월6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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