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짜 괴물일까'…조선 괴물이야기, 괴물콘텐츠로 변신
뉴시스
2019.07.02 17:34
수정 : 2019.07.02 17:34기사원문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이번 7월호는 조선시대 일기에 기록돼 있는 괴이하고 요사스런 일들, 초인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괴물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기획됐다.
괴물(怪物)의 의미는 괴상하게 생긴 물체로 괴상한 사람이나 특정 분야에서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력난신에 대한 기록은 조선시대 선현들의 일기 곳곳에서 발견된다.
국운이 크게 기울어지던 1904년 8월 박주대(朴周大)는 자신의 일기 '저상일월(渚上日月)'에 생김이 흡사 괴물 같았고 태어나자마자 말을 하는 아이에 대해 적고 있다.
용의 머리와 이리의 몸을 가진 괴물 같은 아이가 어머니를 물어 죽이려는 데서 위협을 느낀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를 강물에 던져버렸지만 아이는 부모보다 먼저 집에 돌아와 있었다.
아이를 다시 땅에 묻었지만 이번에도 아이는 집에 돌아와 있었다.
이 아이는 "나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안동에 있는데 아직 그는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저상일월'은 함양박씨(咸陽朴氏) 6대의 한문초서 일기로서 1834년(순조 34)부터 시작돼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까지 기록했다.
박주대는 일기쓰기 원칙을 정해 일기 서문에 적어 두었다.
날씨, 작황, 손님의 출입, 경작과 수확, 길흉과 이변, 동네에서 벌어진 일들, 세상 소문과 풍문 등 아무리 자질구레한 일이라도 직접 보고 들은 것은 모두 적으라고 당부했다.
이런 원칙 때문이었는지 박주대는 의성에서 들려온 기이한 괴물 이야기를 '저상일월'에 기록하면서 "나라가 흉흉하니 요사스런 소문이 난다"고 했다.
기울어져가는 국운은 세상 곳곳에 예사롭지 않은 징후를 드러냈고, 그 두려움은 괴물인지 영웅일지 모르는 기이한 아이의 탄생담이 됐다.
강선일은 '괴물인가 영웅인가, 한국형 히어로물의 서사를 담은 아기장수'라는 글에서 아기장수 전설을 조망한다.
시대를 고발하고 그 시대를 종식시킬 염원을 안고 태어난 아기장수에 대해 사람들은 경외와 경계의 이중적인 감정을 품게 된다.
따라서 어떤 이들에게 아기장수는 염원의 대상인 영웅이 되기도 하고, 어떤 이들에게는 퇴치의 대상인 괴물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곽재식 작가는 '한국 괴물 퇴치 탐구'라는 글에서 "괴물은 처음부터 퇴치해야 하는 대상이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는 우리 이야기 속에서 괴물을 퇴치의 대상으로 본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고 봤다.
고구려와 신라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황룡이나 계룡과 같은 존재들은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거나 주인공의 신비로움을 도와주는 동료였다.
이들이 퇴치의 대상이 된 것은 불교, 유교, 성리학과 같은 종교와 이념이 영향을 끼친 이후였다.
홍윤정 작가는 '비단옷 입은 괴물들'이란 글에서 "진짜 괴물은 아기장수가 아니라 아기장수를 살해하는, 살해하도록 하는 이들이 아닌가"라고 질문한다.
드라마 '킹덤', 영화 '대호'에 등장하는 퇴치의 대상들이 괴물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괴물이라 명명하고 퇴치하라 명령하는 이들, 곧 비단옷에 자신들의 탐욕과 비겁함을 감추고 있는 그들이 바로 퇴치돼야 될 진짜 괴물들이라는 것이다.
이번호 웹진의 조경란 편집장은 "날개가 꺾여도 하늘로 솟아오르고 물 속에서 귀환을 알리는 아기장수처럼 퇴치해야 할 대상이었던 괴물에서 세상을 구하는 영웅으로 변신하는 한국형 히어로물의 창작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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