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人, 그들의 자랑스러운 기억을 사진에 담다"..라미현 사진작가
파이낸셜뉴스
2019.07.11 14:27
수정 : 2019.07.11 14:41기사원문
최근 7년 동안 그의 렌즈에 담긴 군인들은 6000여 명, 여기에는 현역 국군 장병뿐만 아니라 국내외 한국전쟁 참전용사까지 포함돼있다.
현 작가가 군인 사진을 찍기 시작한 건, 우연한 계기에 한 직업군인과 이야기를 나누고부터다.
요즘 그는 'Korean War Veteran 프로젝트'에 주력하고 있다. 현 작가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한국전쟁 참전용사분들을 찾아가 사진을 찍고 액자로 제작해 전달하는 일"라고 설명했다.
현 작가는 지난 3년 동안 미국과 영국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30여 차례 정도 찾아가 사진을 촬영하고, 후원을 받아 액자로 제작해 전달했다.
그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이 약 180만 명인데, 작년 기준 생존자가 18만 명 뿐이고 이들은 대부분 90대의 고령"이라며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한 분이라도 더 기록으로 남기고 그들의 헌신을 기억하고 싶다"고 전했다.
9·19 남북군사합의로 남북공동유해발굴 준비가 한창인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 GP에도 현 작가의 사진들이 걸려있다.
지난 4월부터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유해발굴작업에 힘쓰고 있는 장병들을 현 작가의 렌즈로 담은 것이다. 그는 "저도 그동안 많은 군부대를 돌아다녔지만 GP는 처음이고 제 눈으로 그들을 보고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었다. 오는 12일에도 현장에서 고생하는 6공병여단 장병들을 촬영하러 간다. 비록 남들보다 더 힘든 장소에서 더 힘들 시간을 보내지만, 누군가 기록해준다면 그들의 노력과 희생에 가치가 더해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좋은 마음에서 시작해 이어가고 있는 활동이지만, 주변 사람들의 반응과 시선 때문에 힘이 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현 작가는 "대부분 활동을 자비로 진행하는데, 그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아직도 해? 이제는 그만해도 되지 않나', '국가나 보훈처가 할 일인데, 왜 개인이 하니, '돈 없으면 안 가는 게 맞지' 같은 비아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웃으면서 "물론 매달 카드값 결제일이 다가오면 힘들지만, 그래도 그동안 모아뒀던 카메라나 조명, 렌즈들을 하나둘씩 정리해가면서 버티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든 것을 돈으로 판단하고, 돈이 안되면 가치가 없는 일로 생각하는 시선들이 현 작가를 힘들게 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인 내년에는 O1 비자(아티스트 비자)를 미리 신청해 미국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캠핑카를 구해서 한 달에 2개 주씩, 2년 동안 미국 전역에 있는 48개 주를 다니면서 미국에 계신 한국전쟁 참전용사분들을 만나고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할 거예요."
현 작가는 "내년과 내후년에는 미국 참전용사 선생님들을, 2022년에는 나머지 20개 국가 참전용사 선생님들을 촬영하고 2023년 휴전 70주년에 맞춰 그간 찍은 사진을 전시할 것"이라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ju0@fnnews.com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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