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속 신분증으로 금융거래도 할 수 있는 시대 열다…아이콘루프
아이콘루프가 스마트폰 속 모바일 신분증으로 자신의 신원증명은 물론 까다로운 금융거래용 실명확인까지 가능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 신원확인 서비스(DID, Decentralized ID) ‘마이아이디(my-ID)’ 사업을 통해서다. 지난달 마이아이디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대상으로 선정되며 금융규제 샌드박스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5일 블록포스트는 마이아이디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근재 아이콘루프 CFO를 만나 금융규제 샌드박스 선정 비결과 사업 방향, 취지에 대해 물었다.
마이아이디 사업이란
마이아이디는 한마디로 디지털 신원확인(실명확인) 서비스다.
나의 신원을 증명할 수 있는 정보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저장해 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나에 대한 모든 정보를 모바일로 쉽게 인증하는 것이다. 나의 개인정보가 마이아이디 앱 안에 모두 저장돼 있기 때문에 앱 하나만으로 비대면 신원확인이 가능하다. 따라서 마이아이디만 모바일에 설치돼 있으면 은행에서 따로 고객정보나 금융증명서 등을 제출할 필요없이 신규 계좌개설 및 금융 거래가 가능하다.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무엇을 허가받았나
이미 카드도 직접 들고 다닐 필요없이 모바일로 결제할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리가 여전히 신분증을 들고 다녀야만 하는 이유는 모바일 단말기 안에 보관된 개인정보를 금융기관이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비대면 계좌개설에 관한 가이드라인’의 비대면 실명확인 시 신분증 진위확인 기술표준 규정에서 단말기에 저장된 신분증은 사용할 수 없고, 필요할 때 마다 신분증을 재촬영하도록 요구하고 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콘루프는 이번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통과함으로써 신원확인에 필요한 개인정보를 모바일에 저장, 매번 일일히 주민등록증을 촬영할 필요없이 신원인증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즉, 이미 촬영된 개인정보를 일정기간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라 보면 된다.
마이아이디 참여기관과 서비스 상용화 시기
마이아이디 참여기관은 아이콘루프를 포함해 총 18개 기관이다. NH은행과 대구금융지주, KB증권, NH증권, 삼성증권 등 증권사 8곳, 교보생명, 삼성화재, DB손보 등 보험사 3곳, 전자상거래 및 국내 모바일 단말기 업체 등이다. 오는 12월 마이아이디 시범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시작한 후 내년 1분기 대고객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어떤 산업에서 마이아이디가 쓰일 수 있나
마이아이디 컨소시엄 자체가 금융기관과의 연합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금융산업에서 가장 먼저 활용될 것이다. 하지만 금융은 마이아이디 사업의 극히 일부분일 뿐, 이는 실명확인과 관련된 모든 곳에 적용가능하다. 예를 들어 쏘카나 에어비앤비, 야놀자 등 신원인증이 필요한 모든 곳에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면허가 없는 10대 청소년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가입된 아이디를 통해 차량을 빌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소에선 반드시 예약자의 신분증을 확인하게 돼 있는데 대형 숙박 플랫폼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해당 법규를 잘 지키지 않는 일이 발생하자 그 책임이 고스란히 실제 집을 빌려준 사람에게 돌아갔다. 마이아이디는 이처럼 신원확인이 필요한 산업 다방면에 두루 적용돼 규제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마이아이디 기대 효과는
우선 소비자 편익이 증대된다. 기존 시스템에서 계좌를 발급받기 위해선 약관동의, 본인확인, 신분증 촬영, 계좌인증 등 총 7단계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마이아이디는 나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과정을 4단계로 단축시킬 수 있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복잡한 신원확인 절차 때문에 발생하는 고객이탈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선정 비결은
아이콘루프는 지난 2016년 금융투자협회를 비롯해 총 25개 증권사와 컨소시엄을 맺어 ‘체인아이디’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체인아이디 역시 금융권에 적용되는 서비스다 보니 당시 금융보안 심의를 통과하는 작업이 굉장히 힘들었다. 이런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면서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선정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추가로 체인아이디는 증권사에 국한된 ‘사설인증서’ 개념인데 반해, 마이아이디는 증권을 넘어 은행, 보험, 전자상거래, 핀테크 등 범금융권으로 확대된 ‘디지털 신원증명’ 사업이다. 추후 체인아이디를 마이아이디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마이아이디가 그리는 세상은
지금 우리는 기존의 중앙화된 방식에서 프라이빗한 세상으로 넘어가는 기로에 서 있다. 최근 페이스북이 발표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리브라’ 역시 가장 밑단에는 DID가 깔려있다. 개인정보 이슈, 데이터 중앙화 문제로 오랫동안 비난받아 온 페이스북이 결국 블록체인이 해답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IT 공룡들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는 저물었다.
내가 나의 정보를 지켜야 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이를 실현하려면 기존 플랫폼 위에선 불가능하다. 우리는 마이아이디가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 믿는다.srk@fnnews.com 김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