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가 R&D 걸림돌? "연구개발은 재량근로 대상"

파이낸셜뉴스       2019.07.31 15:54   수정 : 2019.07.31 16:51기사원문
고용부 재량근로제 운영 가이드 내놔

고용노동부가 7월 31일 52시간제 도입 이후 관심이 높아진 재량근로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재량근로제를 도입 가능한 업무와 기업에서 사용자의 지시가 가능한 범위 등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재량근로제 적용 대상 업무와 사용자의 구체적 지시 등 재량권 보장 범위가 명확치 않아 현장에서 제도 활용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로 소재 부품 국산화에 나선 기업들이 연구개발 업무에 재량근로제 적용을 위한 명확한 기준 마련을 해달라는 목소리도 높아지면서 운영안내서를 내놨다.

■노동시간, 노사 서면합의로 결정

재량근로제란 유연근로제의 일종으로, 업무의 성질에 비춰 업무수행 방법을 노동자에 위임할 필요가 있는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대표가 서면합의로 정한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간주한다.

근로의 양보다는 근로의 질이나 성과가 중요한 직종에서 활용성이 높은 편이다. 연구개발(R&D) 업무가 대표적인 재량근로제 대상이다. 노동자의 실제 노동시간이 법정 노동시간 한도를 넘을 수 있어 정부는 재량근로제를 활용할 수 있는 대상이나 업무를 제한하고 있다.

재량근로제를 도입하려면 해당 업무가 법령 등에서 정한 대상 업무여야 하며,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가 필요하다. 사용자는 “업무수행 수단 및 시간 배분 등에 관해 노동자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는다”라는 점을 서면합의에 명시하고 이를 지켜야만 적법한 제도운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펀드매니저도 재량근로제 대상

최근 일본 수출 규제 대상인 주요 소재 등의 국산화에 나서면서 주 52시간제 시행이 연구개발(R&D)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이는 오해라는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신상품이나 신기술의 연구개발은 재량근로제 대상 업무이기 때문이다.

재량근로제는 전문적, 창의적이고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업무수행방법을 결정할 수 있는 업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도로, 도입 업무도 ▲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개발이나 인문사회과학 또는 자연과학분야의 연구 업무▲정보처리시스템의 설계 또는 분석 업무 ▲신문·방송 또는 출판 사업에서의 기사의 취재·편성 또는 편집 업무 ▲의복·실내장식·공업제품·광고 등의 디자인 또는 고안 업무 ▲방송 프로그램·영화 등의 제작 사업에서의 프로듀서나 감독 업무▲회계·법률사건·납세·법무·노무관리·특허·감정평가 등의 사무에 있어 타인의 위임·위촉을 받아 상담·조언·감정 또는 대행을 하는 업무 등으로 한정했다.

제조업의 경우 실물제품의 신기술 신상품 연구개발 뿐 아니라 SW·게임·금융상품 등 무형의 제품의 연구개발 업무 등도 포함한다.

정보처리시스템의 분석, 설계, 구현, 시험 및 기능개선 등의 업무를 스스로의 재량으로 수행하는 프로그래머도 대상 업무에 해당한다. 하지만 타인의 지시·설계에 따라 재량권이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프로그램의 작성만을 수행하는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날 고용부는 고시를 통해 근로기준법에 따른 '재량간주근로시간제(재량근로제)'의 대상 업무에 금융투자분석(애널리스트), 투자자산운용(펀드매니저) 등 2개 업무를 재량근로제 대상 업무로 추가했다. 그러나 투자은행업(IB)는 포함되지 않았다.

권기섭 고용부 근로감독정책단장은 "단순히 연봉이 높다고 해서 재량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할 수 없고, 시간을 많이 투입해 결과물이 좋다면 재량관련 업무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IB업계에 대한 실태조사나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무지시, 보고나 회의도 가능...시간배분에 대한 침해는 안돼

재량근로제를 도입하는 사용자는 서면 합의서에 업무 수행 수단과 시간 배분 등에 관한 '구체적 지시'를 하지 않는다고 명시해야 한다. 그러나 '구체적 지시'의 범위가 명확해 제도 활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노동자도 "재량근로제가 아무 간섭을 받지 않는다"고 오해하는 부분도 발생했다.

이에 고용부는 사용자의 지시가 가능한 범위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사용자는 업무의 목표 등 기본적인 내용과 근무 장소에 관해 노동자에게 지시할 수 있고 일정 단계에서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보고를 받거나 회의도 할 수 있다. 업무수행상 필요한 회의·출장, 출근의무 부여 및 출·퇴근 기록 등은 가능하지만, 보고·회의의 주기가 지나치게 짧은 업종은 불가피하다. 업무수행상 필요한 근무시간대를 설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출·퇴근 시각을 정하는 것은 같이 필요 근무시간대를 지나치게 넓게 설정·배치하는 것은 금지된다.

근로시간 배분은 통상 1주일 단위로 업무를 부여하거나, 업무 수행상 필요한 시간대에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업무 성질에 비춰 회의의 주기가 지나치게 짧으면 사실상 노동자의 재량을 제한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