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첩보영화가 현실로… 흔적조차 남지 않는 군사장비
파이낸셜뉴스
2019.08.27 06:48
수정 : 2019.08.27 06:48기사원문
# 적진 한가운데로 공중 낙하한 특공대들이 낙하산에 있는 센서를 작동시키자 즉시 증발해 버린다. 특공대들이 잠입한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한때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의 한장면으로 나올법한 허구적 발상이었지만, 이제는 이러한 일들이 현실로 다가왔다.
미국 조지아 공대 폴 콜 박사 연구진은 26일(현지시간) 미국화학학회(ACS) 2019년 가을 전국회의 및 박람회에서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신 물질을 개발한 폴 콜 박사는 "이 폴리머는 일반인들에게 익숙할 수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처럼 1년 동안 서서히 분해되는 종류의 물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콜 박사는 "이 폴리머는 버튼을 눌러 내부 메커니즘을 작동시키거나 태양이 노출시키면 순식간에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 사라지는 폴리머는 미국 국방부를 위해 개발됐다.
폴리머를 사라지게 하거나 분해시키는 열쇠는 최대 한계 온도, 즉 '천장 온도'이다. 천장 온도 아래에서는 폴리머 구성이 바람직하지만, 이 온도보다 높으면 폴리머는 분해된다. 폴리스티렌과 같은 일반적인 폴리머는 주변 온도보다 천장 온도가 높고 매우 안정적이다. 그리고 일반적 폴리머는 천장 온도 이상으로 데워지더라도 이 물질들 중 일부는 분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천 개의 화학 결합은 모든 단량체를 폴리스티렌으로 연결하며, 이러한 결합은 모든 물질이 분해되도록 끊어야 한다. 그러나 콜 박사가 사용하고 있는 순환 폴리머와 같은 낮은 천장 온도 폴리머를 사용하면 한 개의 결합만 끊으면 되고 다른 모든 결합은 분리돼 분해가 빨리 발생한다.이 방법은 외부 또는 내장된 소스로부터의 고온 또는 빛에 민감한 촉매에 의해 시작될 수 있다.
수년 동안 연구진은 이러한 폴리머를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실온에서 재료의 불안정성 때문에 실패했다. 조지아 공과 대학의 콜 연구팀은 합성 과정에서 형성된 모든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신중하게 노력한다면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그들은 고리 형 폴리머를 쉽게 형성하는 프탈 알데히드를 포함한 여러 알데히드를 발견했다. 일단 이 폴리머의 합성을 최적화한 후에는 그것을 사라지게 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연구원들은 빛을 흡수해 분해를 촉진하는 빛 반응 첨가제를 폴리머에 포함시켰다. 콜 박사는 "처음엔 형광등이 있는 조명이 밝은 실내에서 부품을 만들 수 있도록 자외선에 반응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괜찮았고 안정적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폴리머가 외부에 내놨을 때, 햇빛에 노출되면 그것을 증발시켰다.따라서 밤에 배치된 차량은 해가 뜨면서 사라진다.
콜 연구팀은 이후 가시광선의 다른 파장에서 증발할 수 있는 새로운 첨가제를 발견해 폴리머가 실내에서도 분해 될 수 있도록 했다. 콜 박사는 "우리는 실내에 들어 와 불을 켜면 사라지는 용도에 맞게 설계된 폴리머를 가지고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한 증발이 늦추는 방법을 결정했다. 콜 박사는 "특정 시간인 1시간, 2시간, 3시간 등 사라지는 시기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사용할 때까지 어둠 속에 보관하다가 낮에 배치하고 3시간 후 분해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한 분해 과정을 시작하기 위한 화학적 방법을 고려했다. 또 사라지는 재료의 특성을 유지한 채 프탈알데히드에 첨가할 수 있는 다양한 합성물을 시험하고 있다.
콜 박사는 '제임스 본드' 같은 이 물질이 이미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군사 장비에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비군사적 장비에 적용할 수 있는 물질의 잠재력도 전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연구원들은 건축 자재에 사용될 수 있는 임시 접착제를 위해 사라지는 에폭시를 만들었다. 연구원들은 또한 이 물질이 환경 모니터링을 위한 센서로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센서들이 데이터 수집을 마치면, 그것들이 증발되기 때문에 환경오염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이 물질을 회수가 어려운 외딴 지역의 택배 차량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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