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자 회생 택한 법원의 실험 "매일 禁酒 여부 담은 동영상 올려라"
파이낸셜뉴스
2019.08.27 17:30
수정 : 2019.08.27 17:30기사원문
3개월 지켜본 뒤 최종형 선고
일명 '윤창호법' 시행 이후 음주운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 와중에 음주운전자에 대해 '회생'의 길도 동시에 열어두자는 취지의 법원의 실험이 시행되고 있어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법원이 음주운전자에게 '치유법원 프로그램'을 제안하면서 '구금'을 통한 교화보단 '치유'를 통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다소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후 도주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A(34)씨의 항소심 첫 재판에서 '치유법원 프로그램'을 통해 A씨가 3개월 동안 금주할 경우 형량을 줄여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A씨는 지난 1월 음주운전 중 앞차와 충돌해 피해차량 탑승자들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그는 본인의 차량이 전복됐으나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에서 도주해 붙잡혔다. A씨는 음주측정 요구를 불응했다. 이 사건 외에도 A씨는 음주운전 전력이 있었다.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피고인 본인의 서약서와 아내의 출석보증서를 제출하면 재판부 직권으로 보석석방토록 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다만 보석 조건으로 금주와 매일 밤 10시까지 귀가 후 비공개 인터넷 카페에 귀가시간 및 금주여부와 자신의 얼굴, 날짜, 시간 등이 보이는 동영상 등이 포함 된 활동보고서를 업로드해야 한다. 또 매주 1회 채팅방식으로 보석조건을 준수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점검회의가 실시된다. 피고인이 3개월 프로그램을 이수 한 후 재판부는 최종 형을 선고하게 된다.
음주운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재판부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2심 재판부는 무조건적인 구금 보단 회생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지 '실험' 해보는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는 "첫 사건을 시범 시행하면서 다른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점검할 예정"이라며 "이 사건 외에도 치유법원 프로그램을 적용할 수 있는 사건에 대해서도 적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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