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 구자현 "DLS 사태, 과도한 규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파이낸셜뉴스       2019.09.27 17:18   수정 : 2019.09.27 19:43기사원문
이번 사태 원인은 불완전판매..문제점만 소송 통해 밝혀내야
여론 등쌀에 판매중단해선 안돼
실적에 혈안됐던 금융기관, 美처럼 ‘책임 있는 혁신’ 고민할 때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사진)은 최근 불거진 '파생결합증권(DLS) 사태'가 과도한 규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 연구위원은 KDI에서 금융산업과 규제정책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구 연구위원은 지난 25일 세종 남세종로 KDI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은 불완전판매에 있으므로 소송을 통해 밝혀내면 된다"며 "상품 자체를 죄악시해 판매중단 조치로 규제가 확대되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즉 문제를 일으킨 환부에만 수술칼을 갖다 대야지, 환부가 속한 신체 전부를 도려내선 안된다는 의미다.

구 연구위원은 "과도한 규제는 우리 금융산업의 후퇴로 이어진다"고 했다. DLS 상품은 저금리 환경에서 고금리 이자를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대다수 파생상품이 그렇듯, 자금이 필요한 곳으로 흐르게 해주는 순기능을 갖췄다. 다만 실적경쟁에 따라 충분한 위험 고지 없이 무리하게 판매한 것이 문제를 초래했다.

구 연구위원은 지난 2008년 전 세계적 금융위기를 초래한 신용부도스와프(CDS)와 부채담보부증권(CDO)을 화두에 올렸다. 그는 "금융혁신은 기술혁신과 금융상품 혁신으로 나뉘는데 CDS는 굉장한 상품혁신이었다"면서 "문제는 그 혁신이 잘못된 방향으로 남용되면서 터졌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 금융산업은 '책임 있는 혁신(responsible innovation)'을 고민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구 연구위원은 "일단 우리 사회가 견뎌보면서 적정한 규제 수준을 합의해야한다"고 제언했다. 규제는 금융당국만이 아니라 온 사회가 결정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여론이 등 떠밀면 금융당국도 필요한 수준보다 과도한 규제를 내놓게 될 수밖에 없어서다.

그러면서 구 연구위원은 미국의 사례를 제시했다. "미국도 개인 간(P2P) 금융관련 법이 10개를 넘을 만큼 규제가 많다. 그럼에도 미국의 금융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사고가 터지더라도 한동안은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서다. 그 대신 소송을 통해 문제의 원인이 금융기관에 있음이 밝혀질 경우 회생이 어려울 정도로 큰 손실을 감내하게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우리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에도 이번 사태는 교훈이 될 것"이라고 구 연구위원은 말했다. 그는 "금융기관도 고객이 감내할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판단해야 한다"며 "라이프 금융 플래너로서의 책임을 저버린다면 금융기관은 신뢰받기 어렵다"고 전했다.
금융당국도 금융기관들이 판매실적뿐 아니라 책임성에도 집중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동시에 투자자도 원금까지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최악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생계나 노후생활이 위협받을 정도로 무리한 투자는 금물이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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