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모멘텀 있다지만.."비핵화 '빨간불' 켜졌다"

파이낸셜뉴스       2019.10.07 15:13   수정 : 2019.10.07 15:13기사원문
실무협상 결렬로 비핵화 진전 오리무중
北 미사일 도발로 대미 협상력 높일까?
'하노이'에서 발전하지 못한 북미 양측
2주-연내 중요하지 않아..대안 제시 중요

[파이낸셜뉴스] 7개월 만의 교착국면을 끝내고 기대감 속에 개최된 북·미 실무협상이 결국 어떤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노딜'로 마무리됐다. 현재 스웨덴 정부는 2주 내 차기 실무협상을 벌이자는 제안을 양측에 전했고, 미국은 이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북한은 여전히 미국의 '새로운 셈법'이 필요하다며 미국을 압박, 2주 내는 사실상 불가능하겠으나 연말까지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문가들은 이번 실무협상의 결렬을 두고 향후 비핵화 전망에 먹구름이 낄 것은 사실상 분명하다며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서로의 패만 확인했을 뿐 비핵화에 대한 근본적 입장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2주 내는 물론 연말이라는 시한을 둔 북·미 대화가 비핵화의 새로운 국면을 이끌기에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북한, 미사일 도발로 美 자극..협상력 높이나?

이번 실무협상에서 북한은 애초에 미국과 협상을 통해 비핵화를 진전시키겠다는 의도보다는 연말이나 내년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의도적으로 이번 협상을 결렬시켰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같은 맥락에서 북한은 최근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빚어진 트럼프 대통령 탄핵 이슈와 내년 미국 재선 국면 등 미국 내 정치 문제를 기회로 여긴 북한이 스웨덴 실무협상 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쐈듯 도발 강도를 높여, 외교성과에 목마른 트럼프 대통령을 다그치는 전략을 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이번 북·미 실무협상 결렬 이후 북측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미국의 성의를 어떻게 보이냐에 따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그냥 넘길 수 없는 의미심장한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남 교수는 "ICBM 발사는 북한의 입장에서도 협상틀을 깰 수 있는, 즉 '금도'를 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도 이 정도 무기를 시험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대미(對美)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사거리 1500~2500km 수준의 탄도미사일 실험을 할 가능성은 있다"고 분석했다.

즉 북한이 이번 실무협상 개시 직전 SLBM을 쏘며 한·미 당국을 긴장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향후 대화국면에서 미국을 압박하고 자신들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군사 모험주의를 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로 SLBM 발사 이전 북한은 10번이나 도발을 했지만 사거리는 모두 1000km에 못 미치도록 사거리에 신경을 쓰며 압박 강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렬된 북·미 대화..비핵화 전망 먹구름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실무협상의 결렬이 향후 비핵화 진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큰 틀의 비핵화 자체에서 북·미의 의견이 충돌해 갈등하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2주 내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은 낮게 전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미의 입장차가 큰 상황에서 2주 뒤에 실무협상은 이뤄지더라도 의제를 진전시킬 수 없고, 북한도 현 상황에서 미국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 한 이를 받아들일 리 없다"면서 "북한이 연말까지는 기다려본다고 했으니 12월 중 실무협상에 응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은 SLBM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자'는 반응 정도만 보인 것으로 보고 그가 정치적·외교적 성과에 다급하다는 판단을 했고, 차기 협상에서 미국의 카드는 이번 실무협상에 비해 유연해질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원 미국연구실장도 "미국도 북한도 하노이 담판 당시와 비해서 달라진 바가 없다는 것이 이번 실무협상 결렬에서 밝혀졌기 때문에 비핵화가 향후 긍정적으로 흘러가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1990년대 초반부터 북한의 협상 전략에 지속적으로 당해왔고, 김 위원장 역시 미국이 원하는 방향대로 생각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에 양측이 일정 부분 양보하는 상황이 펼쳐지지 않는다면 비핵화 전망은 특정 시한에 관계없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정진 경남대 교수는 "이번 북·미 실무협상을 최소한 북한의 입장은 세부적으로 미국에 전달이 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 "미국은 '양보'라는 측면을 떠나 북한이 뭘 원하는지를 고려해야하고 '미국의 국익'에 너무 함몰된다면 비핵화 문제를 풀기 어렵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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