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생 43%, 극존칭 원하는 고객 때문에 '엉터리 존댓말' 쓴다
2019.10.09 17:19
수정 : 2019.10.09 17:19기사원문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손님, 이번에 나오신 신상품이세요"
아르바이트생 10명 중 8명은 평소 '엉터리 존댓말'을 사용하고, 이중 4명은 극존칭을 원하는 고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잘못된 존칭을 쓴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엉터리 존댓말'이란 사람이 아닌 사물에 존칭을 사용하는 잘못된 어법이다.
문제는 알바생 절반 이상이 '고객 서비스'를 이유로 마음의 상처를 감수하고 엉터리 존댓말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알바생 80% "엉터리 존댓말 써봤다"…1위는 "그 메뉴 안되세요"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은 573돌 한글날을 맞아 전국 알바생 158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사물을 높이는 방식의 이상한 존댓말을 사용한 적이 있다'는 답변이 78.2%(1243명)에 달했다고 9일 밝혔다.
성별로는 여성 83.3%가 '엉터리 존댓말'을 사용했다고 응답해 남성(73.2%)보다 10%포인트(p) 이상 비중이 높았다.
대다수의 알바생은 잘못된 표현인 줄 알면서 엉터리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잘못된 표현인 줄 몰랐다'는 응답은 19.6%에 그쳤다. 엉터리 존댓말을 사용하는 이유로는 '다들 쓰니까 무의식적으로 썼다'가 30.3%로 1위를 차지했다.
알바생이 꼽은 '가장 공감하는 엉터리 존댓말'은 '그 메뉴는 안되세요'가 39.4%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Δ이렇게 하시면 되세요(36.4%) Δ주문되셨어요(28.3%) Δ좋은 하루 되세요(26.8%) 등이 뒤따랐다.
'이쪽에서 기다리실게요'(24.8%), '그건 저한테 여쭤보세요'(11.1%), '음료 가져가실게요'(8.7%), '이번에 나오신 신상품이세요'(7.2%)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이상한 존댓말도 눈에 띄었다.
◇43% "고객이 원해서 사용"…58% "불쾌하고 자존감 낮아져"
문제는 '엉터리 존댓말'을 억지로 사용하는 경우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알바생 43.4%는 '고객이 원하기 때문에' 잘못된 존칭을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알바생의 25.1%는 '그렇게 쓰지 않으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고객 때문에' 엉터리 존댓말을 쓴다고 답했다. '극존칭에 익숙한 고객을 위해 알면서 사용한다'는 응답도 18.3%에 달했다.
엉터리 존댓말은 한글 어법뿐만 아니라 알바생의 기분과 자존감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알바생 42.2%는 '이상한 존댓말을 쓸 때마다 무지한 사람이 된 것 같아 불쾌하다'고 응답했다. 16.4%의 알바생도 '스스로를 너무 낮추다 보니 자존감에 타격을 입는다'고 고백했다.
'재미있어서' 엉터리 존댓말을 쓴다는 응답은 5.3%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