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3세부터 교육불평등…유아영어학원-사립초 코스 1억3500만원

뉴시스       2019.10.31 12:57   수정 : 2019.10.31 12:57기사원문
유아 영어학원비 대학 등록금 1.9배…강남·서초 몰려 사립초교 학비 연평균 855만원…최고 1356만원까지 사걱세 "정확한 실태조사도 없어…적정한 제한 필요"

【세종=뉴시스】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31일 발표한 '3개년 연속 서울시 반일제 이상 유아대상 영어학원 현황'에 따르면 영어학원 연간 학원비는 1244만원으로 4년제 대학 연간등록금의 1.9배다. 그림은 서울시 유아 영어학원 총 학원비와 4년제 대학등록금 비교. 2019.10.31. (자료=사걱세 제공)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현재 유치원은 누리과정(3~5세),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으로 모두 무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고소득층에서는 고액의 유아영어학원과 사립초에 자녀를 진학시켜 교육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아영어학원(2년)과 사립초(6년) 코스를 밟을 경우 8년간 학비가 최대 총 1억3500만원이 소요된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2016~2018년 서울시교육청의 학원 및 교습소 등록현황과 학교알리미 정보를 분석해 31일 발표한 '서울시 반일제 이상 유아대상 영어학원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 반일제 이상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월 평균 학원비는 약 104만원(최대 224만원), 사립초 학비는 연 평균 약 885만원(최대 1356만원)이 든다.

특히 유아 영어학원의 경우 소득에 따라 과도한 선행학습으로 인한 격차가 유발되고 의무교육의 시작인 초등학교 교육의 출발선을 붕괴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걱세 분석에 따르면 서울시 반일제 이상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월평균 학원비는 약 103만7000원으로 2017년 102만2000원에 비해 1만4000원 상승했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비용을 책정하고 있는 A·B영어학원의 금액은 월 224만원에 달했다.

서울시 반일제 이상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월평균 학원비를 1년 단위로 환산하면 약 1244만원으로 4년제 대학 연간 등록금 667만원의 약 1.9배에 해당한다. 최고액으로 따지면 연간 학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학원비가 2692만원으로 대학 등록금의 4배에 달했다.

서울시 반일제 이상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월 평균 교습시간은 월 20일 수업 기준으로 환산하면 하루 평균 5시간 가까이 영어교습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초등학교보다 시수가 많고 중학교 1학년 평균 수업시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교습시간이 가장 긴 C학원은 하루 11시간25분간 교습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 학원의 절반 이상은 사교육 과열지구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1일 기준 서울시에서 하루 3시간씩 월 20일 이상 유아대상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곳은 총 295개였다. 이 중 87개가 강남·서초지역에 집중돼 있고 강동·송파지역에 46개, 강서·양천지역에 24개가 위치하고 있다.

유아 영어학원은 2016년 237곳, 2017년 251곳, 지난해 295곳으로 늘었다. 강남서초권은 2017년 전년대비 17곳, 지난해 21곳이 늘어나는 등 매년 30% 이상 증가세다.

사걱세는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교육과정은 대부분 영어로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유아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장시간 학습으로써 유아의 건강한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사립초등학교에 진학시킬 경우 학부모가 부담해야 할 학비도 적지 않다. 지난해 전국 73개 사립초등학교 평균 학비는 854만6000원이었다. 이는 1년 100만원을 부담하는 국공립초와 비교해 7.7배, 4년제 대학 연 평균 등록금(667만원)보다도 1.2배 높다. 사립초 87.7%가 몰린 서울만을 대상으로 분석하면 약 1016만원이다. 국공립초등학교보다 9.3배, 4년제 대학 등록금보다는 1.5배 수준이다. 가장 높은 학비를 받는 사립초는 서울 광진구 D초등학교로 연간 1356만원을 내야 한다.

사걱세는 "고비용의 영어교육은 영어유치원-사립초-국제중-외고·자사고·특목고로 이어지는 특권교육 트랙을 더욱 강화며 평범한 공교육 제도의 트랙과는 극복할 수 없는 간극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걱세는 지금까지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가 허술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사걱세는 "서울시교육청 학원과 교습소 등록 현황 정보는 형식적으로만 정보가 기재됐거나 학원·교습소 등록 현황 정보에는 교습과목·대상 등이 부정확하게 기록된 경우가 많았다"며 "지금의 실태조사 방식으로는 유아대상 영어학원 교육과정 프로그램과 강사자격 등 질적 실태 파악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학부모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질적 개선을 위한 정확한 실태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서는 교과내용과 분류 등의 기재가 보다 명확해지도록 학원·교습소 정보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정확한 집계와 실태파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확한 조사 없이 반일제 이상 유아 영어학원에 대해 불법명칭이나 허위·과장 광고 단속과 같은 형식적인 대책만 시행되고 있다"며 "심각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제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dyhlee@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