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아베 발언 사실이면 아주 실망...양심 갖고 한 말인가"

파이낸셜뉴스       2019.11.24 20:34   수정 : 2020.01.06 15:31기사원문
-청와대 고위관계자. 이례적으로 강력 비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부산서 긴급 브리핑
-"이런 식 행동 반복되면 협상 진전 어려워" 경고
-"일본에 강력 항의... 이해 및 사과 전달 받아"



【서울·부산=김병덕 김호연 기자】 청와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과 관련해 일본 경산성 등의 '자기 합리화식 해석 및 왜곡 발표'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앞으로 이런 식의 행동이 반복된다면 한일간의 협상 진전에 큰 어려움이 있게 될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한국측의 강력한 항의에 일본이 '사과'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향후 협상 과정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日 불합리한 행동, 깊은 유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24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미디어센터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지소미아 연장과 일본의 대(對)한 수출 규제 철회와 관련한 최근 한일 양국 간 합의 발표를 전후한 일본 측의 몇 가지 행동에 대해서 깊은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특히 일본 고위 정부 지도자들의 발언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의 압박에 굴복한 것이다', '일본 외교의 승리다', '퍼펙트 게임이었다' 등 일본내 반응을 소개하며 "매우 유감스러울 뿐만 아니라 전혀 사실과도 다른 이야기를 자신들의 논리를 합리화하기 위해서 한 것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정 실장은 '가당치도 않은 말을 억지로 끌어다 대어 자기 주장의 조건에 맞도록 함'이 비유하는 한자어인 '견강부회'에 빚대기도 했다.

이어 "우리가 지소미아에 대한 어려운 결정을 하고 난 다음 일본이 우리 측에 접근해 오면서 협상이 시작됐고, 큰 틀에서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원칙과 포옹의 외교가 판정승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실장은 또 △한국 정부의 WTO 절차 중단 사전 통보 △한국의 수출관리 문제점 개선 의욕 등 일본 경산성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면서 "만일 이러한 입장을 가지고 일본이 우리와 협상을 했다면 우리가 애당초 합의를 할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관련 발표 이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발언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만일 언론에 보도된 것들이 사실이라면 아주 지극히 실망스럽다"며 "일본 정부의 지도자로서 과연 양심을 갖고 할 수 있는 말인지 되물어 보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일본의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 외교 경로 및 전날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강력히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은 "우리 측 항의에 대해서 일본 측은 우리가 지적한 이러한 입장을 이해를 한다, 그리고 경산성에서 부풀린 내용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한다"며 "마지막으로 한일 간에 합의한 내용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라는 점을 재확인해 줬다"고 설명했다.

■향후 한일 협상 전망은

양측의 엇갈린 주장은 여론을 의식한 기싸움으로 해석된다. 지난 7월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간의 갈등은 국민감정을 파고들어 반일과 반한이라는 생채기를 냈다. 특히 '벚꽃을 보는 모임' 논란으로 지지율 타격을 입은 아베 정권이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셈이다.

문제는 합의내용 자체가 우리측은 분명한 반면 일본은 모호하다는 점이다. 우리측은 지소미아 종료 유예라는 '액션'을 취한 반면 일본은 수출규제 철회가 아닌 대화의 시작이라는 추상적인 부분만 이행하면 된다. 우리 정부가 '현안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건전한 수출 실적 축적' 등 문구에 의미를 부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일 양측이 각각 '원칙과 포용 외교의 판정승' '퍼펙트 게임' 등으로 맞서고 있지만 지소미아의 조건부 합의는 유효할 전망이다.
이번 합의는 지소미아의 종료를 막기 위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 국무부는 우리 정부의 결정에 대한 논평에서 '조건부 연장'이 아닌 '갱신'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지소미아를 종료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사실상 연장을 선택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대신 미국은 강제징용과 화이트리스트 문제에 대해 일본에 성의를 보이라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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