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오정세 "땅콩은 노규태의 외로움이었죠"(인터뷰)

뉴스1       2019.11.27 09:00   수정 : 2019.11.27 16:11기사원문

배우 오정세(프레인TPC 제공) © 뉴스1


배우 오정세(프레인TPC 제공) © 뉴스1


배우 오정세(프레인TPC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지난 21일 종영한 KBS 2TV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 연출 차영훈)은 마지막 회까지 꽉 찬 감동과 웃음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데웠다. 동백(공효진 분)과 황용식(강하늘 분)은 사랑의 해피엔딩을 맞았고, 모두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까불이는 거듭되는 반전 끝에 박흥식(이규성 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옹산의 인물들은 협심을 해 정숙(이정은 분)을 구해내는 감동적인 엔딩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 협심의 과정에서 큰 존재감을 내비친 이가 있었으니 바로 노규태(오정세 분)였다. '노땅콩' '노큐티' 등 다양한 별명으로 불리며 '동백꽃 필 무렵'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드러냈던 노규태는 마지막, 정숙을 구하는데 큰 일조를 하는가 하면 아내 홍자영(염혜란 분)과도 사랑 가득한 엔딩을 만들어냈다. 자칭 '차기 옹산군수'를 꿈꾸면서 어디서든 완장을 차고 싶어하는 철없는 노규태의 모습은 그렇게 또 한 차례 성장을 거듭했고, 시청자들은 어딘가 부족하지만 그럼에 매력적인 노규태의 매력 속으로 더욱 깊게 빠져들었다.

이런 노규태의 모습을 그려낸 오정세의 연기는 그야말로 '생활 연기' 그 자체였다. 그간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왔던 오정세는 '노규태'로 인해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까지 받고 있다. 사고만 치고 다니는 어찌보면 얄미울 수도 있는 노규태를 매력 가득한 악동처럼 그려낸 것도 오정세의 숨결이 묻은 덕분이 크다. '동백꽃 필 무렵'의 21부가 없어 아쉬웠다는 '노규태' 오정세를 뉴스1이 만났다.



-마지막 회가 23.8%(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집계 기준)라는 정말 높은 시청률로 종영을 했다. 높은 시청률만큼이나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 종영해 아쉬운 마음이 클 듯 하다.


▶21부가 없어서 아쉬워하는 시청자이자 참여했던 배우로 지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의 시청률이 8%, 혹은 4%가 됐었어도 지금이랑 비슷한 정서의 행복감을 누리고 있지 않을까 싶다. 시청률 쪽으로 관심 받고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배우 개인적으로는 시청률에 좌지우지 안 되려고 한다. 시청률 수치에 있어서는 다른 사람에 비해서 민감하지 않다. 그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행복감, 그것이 구현돼서 나왔을 때 행복감, 그것에 대해서 행복해 하고 있는 것 같다.

-처음 '동백꽃 필 무렵' 시나리오를 보고는 어떤 감정이 들었나.

▶제가 보통 화가 많이 날 때 화를 내지 않고 그저 웃게 된다. 큰 감정이 들었을 때는 그 감정 그대로를 분출하지 않고 웃게 되는데 이번 대본을 보고 나서 그냥 웃었다. 헛웃음이라고 해야하나,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감동과 큰 재미를 넘어서 헛웃음이 나오더라. 묘한 대본인 것 같았다. 재밌고 감동은 있는데 이게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래'라고 막 가지 않고 설명도 많지 않았다. 한 줄 두 줄로 감정을 툭 건드렸다. 이런 대본이 흔하지 않은데 되게 감사했다.

-포상휴가를 가서 마지막 회를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모여 보다가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고 하더라.

▶다 같이 강당에서 막방을 봤다. 다 눈물 바다가 됐다. 20회가 감동이어서 그런지, 마침표가 되어서 그런지 몰라도 다 눈물이 터졌다. 근데 그 눈물이 기분 좋은 눈물이었다. 한 명 한 명 눈물 흘리고 있는 게 기분 좋은 모습이었다. 되게 좋았다.

-본인에게 '동백꽃 필 무렵'은 어떤 의미를 가진 작품인 것 같나.

▶제가 만들어가는 행복과, 그것을 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감동, 또 반응을 받는 이 과정에서 세 번의 감동과 행복감을 느끼는 작품이었다. 드라마가 끝으로 가면서도 누구를 가르치려 하지 않지만 메시지가 오고 감동이 오는 게 '동백꽃 필 무렵'의 가장 큰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옹산 사람들이 함께 합심해서 정숙을 도와주는 장면에서 감정이 커다란 파도와 폭풍처럼 밀려왔던 드라마였다.

-노규태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 갔는지도 궁금증을 높인다.

▶1차 목표는 95%이상 대본대로 노규태를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이걸 잘 구현해내야지가 1차 목표였다. 남은 5%에는 내가 생각한 대사를 넣어도 되나 고민하고 넣기도 했다. 최대한 대본의 95%는 구현하되 나머지 5%는 내가 붙였다. 이게 잘 붙었나 하는 스스로의 아쉬움이나 걱정도 있다.



-소소한 디테일들이 빛나는 면모도 많았다. 세부적인 캐릭터에 대한 디테일은 어떻게 만들어갔나.


▶규태가 흰바지 입을 때는 원색 속옷을 입고, 명품 옷 같은데 단추에 실밥은 나와있을 것 같고, 그렇게 준비를 했다. 여성 분들도 트레이닝복을 입었을 때 행동과 풀메이크업하고나서의 행동은 다르다. 배우도 이 옷을 입었을 때와 저 옷을 입었을 때와 다르다. 그런 것에 신경을 썼다.

-그렇다면 노규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나.

▶기본적으로 작가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구상을 해놓으시고 저는 초반만 생각하고 들어갔다. 이때 혹시나 규태의 행동이나 말이 누군가는 불편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작가님은 '규태는 좋은 사람이에요'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럼 저는 어떻게 이 친구를 불편하지 않은 친구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외로움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렸다. 그렇다고 외롭기 때문에 이 사람의 행동이 정당화된다는 건 아니고, '왜 그렇게 했을까'가 제 숙제였다. 이 외에도 초반에는 OST가 없어서 저만의 OST를 만들기도 하고, 규태의 테마를 만들기도 했다.

-노규태하면 가장 대표적인 키워드가 '땅콩'이기도 하다.
노규태에게 '땅콩'은 어떤 의미를 가졌다고 생각하나.


▶땅콩, 제 인생을 망친 나쁜 것. 별 것도 아닌 것이 인생을 망쳤다.(웃음) 사실 노규태는 칭찬 받고 싶어하고 인정 받고 싶어하는 사람이고 외로운 인물인데 그걸 잘 표현해주는 매개체로 나오지 않았나 싶다. 별 것도 아닌데 엄청나게 받고 싶어하고, 또 동백이어서 향미(손담비 분)여서 땅콩이라서가 아니라 한 사람 한 물체에게 훅훅 꽂히는 걸 잘 전달해주시지 않았나 싶다.



<[N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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