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계속되는 ‘땅꺼짐’ 사고 막을 수 없나
뉴스1
2019.12.25 07:01
수정 : 2019.12.25 07:01기사원문
/사진제공=고양시청 News1
더구나 2017년 고양종합터미널 인근 업무시설 공사장 인근에서 4차례의 ‘땅꺼짐’ 사고가 발생한 이후 고양시가 대대적인 안전진단을 벌여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이번 사고로 근본적인 원인 규명과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2년 전 사고 후 안전점검 했지만 또 재발
지난 21일 오후 2시 30분께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오피스텔 신축공사장 인근 백석로 4차선 도로가 가로 50m, 세로 25m, 깊이 1m 크기로 침하되는 사고가 났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에 앞서 2017년 2월과 3월 사이 백석동 요진와이시티 업무시설 공사현장 인근 중앙로 등에서 4차례나 ‘땅꺼짐’ 현상이 발생해 극심한 교통정체를 겪기도 했다.
고양시는 사고 직후 전문기관과 공동으로 4개월 간 정밀진단을 벌인 뒤 ‘안전’ 판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정밀진단은 공사장 주변 인도·도로와 건물만을 대상으로 했다.
특히 고양시는 첨단장비를 동원해 지반 취약지역 100km 구간에 대해 GPR탐사를 진행해 6개의 공동(空洞)을 발견했지만 크기가 작아 지반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당시 국토부도 전국적으로 연이어 발생한 ‘땅꺼짐’ 사고와 관련해 ‘지하지질정보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후 잠잠하던 일산지역 땅속 안전성 논란이 이번 사고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 도로 꺼지고, 행인 빠지고…되풀이되는 사고들
신도시 조성 당시 한강수위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대규모 복토가 이뤄진 일산지역은 2000년대 들어 10여 차례의 크고 작은 ‘땅꺼짐’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2009년 4월에는 고양종합터미널 터파기 공사 과정에서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인근 도로 50m 구간이 침하됐다.
2014년에는 4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일산서구 대화동 킨텍스 인근 도로가 침하되기도 했다.
2015년 4월에는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 앞에서 지름 50cm, 깊이 1m의 싱크홀이 발견돼 긴급 복구작업을 벌인 바 있다.
인명사고도 발생했다. 2016년 7월 정발산동의 한 상가 앞 인도에 지름 2m, 깊이 2m의 싱크홀에 60대 여성이 빠져 부상을 입었다.
2005년 3월에는 백석동 오피스텔 공사현장 옆 인도를 지나던 20대 남성이 갑자기 땅이 꺼지면서 3m 아래로 추락했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백석동의 땅 속에 묻혀 있던 열 수송관이 파열되면서 1명이 사망한 가운데 부실한 지반이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여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백석동 지역에서는 4층 규모 상가의 기우러짐 현상, 아파트 주차장 기둥 균열, 상가 외벽 균열 등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 백석동 초연약지반…지질 전문가 양성 시급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산 백석동 지하층은 주로 약간의 점성을 갖고 있는 ‘실트질모래층’으로 이뤄졌다. 이같은 모래층은 고정적이지 못해 주변 토목공사 과정에서 지하수와 함께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3일 고양시가 마련한 긴급 기자회견에서도 경기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같은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한 서울은 자갈과 굵은 모래층으로 형성됐다면, 일산은 실트질모래가 퇴적돼 있고 한강 수위와도 차이가 많지 않다. 이중 백석동 지반은 초연약지반이다. 지하수위도 통상 개발이 많이 진행되다 보면 차츰 낮아지지만 이곳은 한강 인근이라 지하수위가 10.6m로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교수(토목공학과)는 “최근 땅꺼짐 사고가 발생한 서울 석촌호수·여의도·영등포 등은 모두 과거 한강변의 모래층 지역이었다. 반대로 서울 강북지역에서 싱크홀이 발생하지 않은 것이 이를 반증한다”고 지적하고 “이제는 지자체가 스스로 나서 지역의 땅속 안전지도(3D 지질정보시스템)를 제작해 공사현장에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자체만으로 지하 안전망을 구축하기에는 역부족인 것도 사실이다.
고양시의 경우 토목직 공무원들이 있지만 공사현장의 굴착 외에 지질층과 관련된 업무가 전무하고 전문지식도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첨단장비도 중앙정부나 전문기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수곤 교수는 “우선 지자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지질과 지하수 관련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또한 과거 건설 인허가 과정에서 얻은 지하층 정보를 취합해 일산지역 전체 땅속 지도를 제작, 향후 굴착공사를 진행할 건설업체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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