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자’들의 ‘나쁜 언어’는 어디에서 왔는가

뉴스1       2020.01.06 15:55   수정 : 2020.01.06 15:55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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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형택 기자 = ‘기레기’라는 표현은 사람들 사이에 어느덧 익숙한 단어가 돼 버렸다. 그런데 사람들은 기자를 대체 왜 기레기라고 부를까.

신간 ‘나쁜 기자들의 위키피디아’(들녘 펴냄)는 ‘기레기가 기레기인 이유’를 그들이 쓰는 ‘단어’에서 찾았다. 진실과 거리가 멀고 우리 공동체를 좋지 못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나쁜 뉴스의 언어를 반복하면서 기자들은 기레기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망치는 뉴스의 언어들’이라는 부제가 책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저자 강병철은, 겉으로는 점잖고 품위 있고 멀쩡해 보이지만 사실은 진실을 호도하고 편을 가르는 선전·선동의 뉴스 언어를 ‘기레기의 언어’라고 정의했다. 기자들은 언론사의 품격을 생각해 '빨갱이' ‘수구꼴통’ 같은 노골적이고 공격적인 단어를 기사에 쓰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은 그와 다를 바 없는 말들을 ‘품격 있는 언어’를 가장해 일상적으로 기사 속에 쓰고 있다는 게 저자의 문제의식이다.

저자의 생각대로 책에서 다룬 단어 하나하나는 뉴스 소비자들이 신문이나 방송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책은 이 단어들이 어떻게 쓰이며(용법), 어디서 왔으며(기원), 어떤 불손한 전략을 담고 있는지 꼼꼼하게 분석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표제어인 ‘포퓰리즘’은 선거 때 표만 생각해 내놓는 선심성 정책이란 비판적 의미로 쓰이지만 책에 여기에 의문을 제기한다. 책은 복지 정책 말고도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피할 수 있는 정책이 있는지 묻는다. 그러면서 포퓰리즘이란 표현 자체가 국민의정부·참여정부 시절 정권을 공격하기 위한 비판 담론의 하나로 도입됐다고 설명한다. 또 ‘귀족노조’에 대한 비판은 왜 점차 힘을 얻고 있는지, ‘종북’과 ‘적폐’의 대결 구도는 왜 유지되는지, ‘내로남불’의 맹점은 무엇인지 등을 민주주의 사회의 본질과 엮어 설명한다.

위키피디아라는 제목은 책에서 다룬 표제어들에 대한 정의는 토론과 논쟁을 통해 완성돼야 한다는 저자의 바람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표제어 하나하나가 논쟁적이기도 하다.


저자 강병철은 종합일간지에서 10여년째 근무 중인 현직 기자다. 정치부, 사회부, 문화부 등을 거치고 신문사 공정보도위원회,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동료 기자들의 기사를 비판적으로 읽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강 기자는 “이 책은 기자 생활을 하며 오랫동안 품었던 문제 의식에서 나온 비판적 미디어 읽기 작업이자 자기반성의 산물”이라며 “독자들이 뉴스 속에서 이런 나쁜 단어들을 걸러내는 눈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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