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속 빨간 머리 최성은 "충무로 기대주? 올해 영화 더 찍고파"(인터뷰)

뉴스1       2020.01.11 09:51   수정 : 2020.01.11 09:52기사원문

배우 최성은/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시동' 스틸컷 (NEW 제공) © 뉴스1


배우 최성은/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시동' 스틸컷 (NEW제공) © 뉴스1


배우 최성은/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배우 최성은/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새빨간 쇼트커트 머리에 커다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낯선 배우가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이윽고 무표정한 얼굴로 택일(박정민 분)과 첫 만남에서 다짜고짜 주먹을 내지르는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배우는 바로 영화 '시동'(감독 최정열)을 통해 처음 상업영화에 도전한 신예 최성은(24)이다.

그가 출연한 '시동'은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형(마동석 분)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과 무작정 사회로 뛰어든 의욕충만 반항아 상필(정해인 분)이 진짜 세상을 맛보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최성은은 감정 표현에 서툴고, 복싱만으로 자신을 지키려는 가출 청소년 경주로 분해 택일과 우연한 만남 끝에 장풍반점의 어른들에게 벽을 허물어 가는 모습을 표현했다.

최성은은 계원예술고등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출신으로, 연극 '피와 씨앗'(2018)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소녀 어텀을 맡아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인 뒤, '시동'을 통해 스크린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디뎠다. 별다른 필모그래피가 없는 만큼 더욱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터다.

최근 뉴스1과 만난 최성은은 강렬했던 눈빛으로 중무장한 영화 속 경주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경주와 전 닮은 지점이 많았다"고 말한 최성은의 풋풋하면서도 당찬 눈빛에는 연기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다.

다음은 최성은과 일문일답.

-첫 상업영화 작품이 최근 3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지난달에 개봉해서 이제 영화가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300만 넘었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좋았다. 350만이 되면 GV를 하겠다고 공약을 했는데, 꼭 달성해서 선배님들을 만나면 좋을 것 같다.

-'시동' 오디션 과정은 어땠나.

▶경주가 복싱을 하는 역할이라 몸을 써야 해서 그런 부분에서 테스트를 많이 했다. 먼저 춤 영상을 찍어서 보내 달라고 하셨고, 줄넘기도 하고 옥상을 뛰어다니는 테스트도 봤다. 그래도 조금 긴가민가하셨는지 2주 정도 시간을 줄 테니 복싱을 연습하라고 하셔서 그렇게 테스트를 받고 합류하게 됐다. 평상시에 춤을 춘 적이 없어서 정말 급하게 춤을 배웠다. 노력이라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에 한겨울에 맨발로 반팔 티셔츠만 입고 춤을 막 췄는데 다행히 재밌게 봐주신 것 같다. 친구한테 춤을 배워서 하루 만에 춤 영상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정말 추웠다. (웃음)

-원작 웹툰을 봤나.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원래 웹툰을 즐겨보는 타입은 아니어서 '시동'이라는 웹툰이 있는지는 몰랐고, 오디션 보면서 봤다. 영화 준비를 위해 봤는데 되게 재밌게 봤는데 팬분들이 많아서 부담감이 없지는 않았다. 그래도 웹툰의 경주를 배제하지는 않으려고 했고, 웹툰의 경주를 최대한 많이 참고하려고 해서 웹툰에서 나오는 감각들을 최대한 많이 보려고 했다. 그래도 영화와 웹툰이 완전 결을 같이 하는 게 아니라서 또 다른 매력이 있을 것이다.

-경주가 말이 적은 캐릭터라 액션으로 감정을 보여줘야 했는데, 어떤 노력을 더 했나.

▶맞다. 경주는 감정 표현도 많지 않고 자기 얘기도 하는 애가 아니다. 감독님과 얘기를 나눴는데 택일과 처음 마주칠 때의 무표정과, 마지막 신에서 장풍반점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경주의 무표정은 다른 느낌일 것 같다고, 미세하게 다르게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시더라. 그래서 감정표현이 적은 경주가 마음을 열어 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예민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다른 인물들과 달리 경주는 웃음을 유발하는 캐릭터가 아니라서 오히려 그런 것에 휩쓸려 가지 않고, 본질을 놓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시동'의 경주 역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다면.

▶빨간머리와 쇼트커트는 오히려 연기할 때 도움을 많이 줬다. 제 머리는 헤어 스태프들이 많이 고생해주셨다. 하하. 저는 복싱을 온전히 해내야 해서 힘들었다. 단기간에 폼이 잘 나와야 하니까, 제가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폼이 바로 잘 나오는 게 아니더라. 부담감이 컸다.

-택일과 마주치는 모습이 첫 등장신인데, 굉장히 임팩트가 컸다.

▶경주의 모습이 그때 가장 웹툰 같은 느낌이라 생각했다. 경주가 여기 왜 서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서 있고, 택일의 노랑머리와도 대비되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일상의 틈이 있는 대사도 있는데, 경주가 그게 의도된 거라 생각하고 바로 때리는 장면으로 넘어가는 편집도 그렇고 웹툰스러운 맛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 특히 그 장면이 경주라는 인물을 프롤로그처럼 설명해주는 장면이었다. 경주의 매력이나,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주에 대한 1차 설명, 도입부인 만큼 경주를 더 궁금하게 만들려고 했다.

-박정민과 가장 많이 붙었는데, 연기 호흡은 어땠나.

▶일단 너무 좋았고, 같이 호흡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정민선배님이 촬영할 때도, 안 할 때도 현장에서 많이 챙겨주셨다. 특히 선배님이 준비해 오신 건지, 아니면 현장에서 생각해내신 건지 모르겠지만 테이크마다 대사나 호흡을 다양하게 변주하면서 연기를 하시더라. 그 호흡을 제가 다 받고 있나 싶을 정도로, 다채롭게 연기하신 것 같았고 제가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정말 택일이가 만화에서 튀어나온 느낌을 받았다.

-웹툰과 달리, 영화 속에서는 경주의 서사가 다 나오지 않았는데 아쉽진 않았나.

▶영화를 찍을 당시엔 경주의 서사를 다 찍었다. 그래서 연기할 때는 부족한 부분은 없었고, 경주의 서사를 차근차근 따라갔다. 다만 영화를 통해 보시는 관객분들은 경주가 왜 그러는지, 왜 저랬을지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했지만 대부분 관객들이 짐작을 통해 가능한 정도로 이해해 주셔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아무래도 웹툰이 더 어두운 분위기라 영화 색을 맞추기 위해 편집이 됐다. 영화 전체적인 흐름 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경주와 가장 닮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경주가 속은 여린데, 강한 척을 하고 감정표현도 많지 않지만 또 솔직하다. 다정다감하지도 않고 툭툭 말을 던지고 '츤데레'(무심한 척 챙겨주는 모습)처럼 표현하는데 그런 지점이 저와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경주는 어쨌든 살아남기 위한 무기로 복싱을 하는 것. 저는 그게 연기였으니까 그게 달랐다.

-경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혹시 관객들 반응은 찾아봤나.

▶계속 찾아봤다. 배우들하고 다 같이 보곤 했다. 영화에 대한 반응 중에 기억에 남는 건 힘을 얻었다는 반응이다. 저희 영화가 웃기기만 한 영화는 아니고 후반부에 감동을 주고, 또 누구나 쉽게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 힘을 얻었다는 말이 좋더라. 저 개인적으로는 저 때문에 영화를 여러 번 봤다고 하는 반응을 봤는데 너무 감사했다.

-여러 번 봤다는 평은 정말 인상 깊을 것 같다. 무슨 매력이라 생각하나.

▶경주라는 인물이 그만큼 캐릭터 자체가 궁금증을 일으키고 마음을 가게 하는 요소가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 그리고 잘 만들어주신 감독님과 선배님들 덕분이다. 경주의 매력이 있었기에 그 배역을 맡은 배우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 게 아닐까. 저도 경주를 통해 위로를 많이 받았고, 경주를 떠올리면서 든든한 느낌을 받았다. 제 개인적인 매력 때문은 아닌 것 같다.(웃음)

-경주를 통해 위로받았다고 했는데, 어떤 지점이 그랬나. 혹시 경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 경주와 제가 비슷하다고 느껴서 연기하면서 이 역할을 더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정신없이 연기하고 나서 돌아보고 나니까 경주라는 인물이 되게 큰 위로가 되더라. 경주의 그런 처지가 위로가 된 것 같다. 그리고 경주가 이 세상에 많이 있을 것 같고, 어딘가에서 살아 있을 것 같다. 보란 듯이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있었으면 좋겠다.

-충무로의 주목받는 신예로 떠오르고 있는데.

▶아닌 것 같다. 물론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크다. 사실 와 닿지 않는다. 그런 말 들으니까 오히려 '내가 이런 말을 들어도 되나' 싶다. 다른 분들께 불러주는 말 같은데.(웃음) 그래도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다음 작품에서 그걸 배반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충족시켜야 할 정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이번 현장에서 많은 선배 배우들과 호흡했는데, 기억에 남는 조언이 있다면.

▶(박)정민선배님이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응원도 해주시고, 고생하고 있다고 계속 말해주셨다. 현장에서 정민선배님과 가장 나이 차이가 적게 났고, 같은 학교를 나와서 그런지 제 마음을 잘 아는 것처럼 말씀해주시더라. 큰 현장이 처음이고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걸 아시는지, 선배님이 먼저 다가와서 스트레스받지 말고 부담 느낄 거 알고 있으니 힘내라고 해주셔서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김)종수선배님 조언도 기억이 난다. 연기 코멘트를 해주실 때 과정을 얘기하면서 이 부분을 바꿔보는 게 어떻겠냐고 얘기해주시더라. 툭 던지듯 얘기해주셨다. 저 스스로 답을 찾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종수선배님 정말 좋고 다정하셨다. 감사하고, 제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웃음)

-최정열 감독이 정말 칭찬을 많이 했다. 현장에선 어땠나.

▶하하. 감독님이 배우들을 정말 좋아하셨다. 제게도 '큰 수확을 보면 좋겠다'고 말해주셨는데 굉장히 감사하다. 현장에선 감독님이 배우들에게 직접 많이 물어봤다. 항상 촬영 전에 '걷기 시간'을 가졌는데 촬영장 주변을 돌면서 같이 걷고, 그때 '이 장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봐 주시고, 얘기를 들어주시곤 했다. 이런 모습이 정말 좋더라. 저는 처음이고 신인이다 보니까 현장에서는 말하기가 어려운데 오히려 따로 걸으면서 감독님과 얘기하니까 조금 더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 그 시간이 참 좋았다.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데 무대 위에 서는 걸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 우연히 조승우 선배님이 계원예고를 나왔단 얘기를 듣고 무작정 '나도 계원예고 가야지' 생각을 했다. 그러다 중학교 때 어떻게 준비할지 생각하면서 잠깐 연기학원도 다니고 예고 입시 준비하다가 계원예고에 들어가게 됐다. 그 후부터 본격적으로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을 제대로 했다.

-조승우와 나중에 만난다면.

▶정말 존경하는 선배님이고, 대단하다고 느끼는 여러 선배님들 중 한 분이다. 선배님 덕분에 계원예고 가서 제대로 연기를 하게 됐다고, 선배님 덕분에 감사하다고 얘기를 드리고 싶다. 하하. 아마 초등학교 때 뮤지컬 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그때 본 것 같다. 뮤지컬로 접했던 기억이 난다.

-롤모델로 삼는 배우가 더 있나.

▶좋은 연기 보여주시는 선배님들이 정말 많아서, 따로 롤모델이 있다기보단… 이번에 염정아, 김종수 선배님과 함께 찍으면서 많이 느낀 게 있다. 두 선배님 모두 연기를 오래 하신 분들인데도 현장을 정말 즐기시고, 재밌게 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연기를 오래 하면서 매번 새롭고 즐겁게 하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두 선배님이 일상과 연기 생활이 같이 굴러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일상에서도, 연기하면서도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었고, 둘 중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일상이 즐거워야 연기도 행복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더라. 그런 부분을 많이 배우게 됐다.

-학교 작품이 아닌 첫 상업 영화를 잘 마무리했다.

▶학교에서 단편영화나 독립영화 혹은 연극 위주로 해오다가 상업영화를 처음 겪었는데 현장이 참 다르더라. 그리고 제가 평소같이 연기하고 싶다고 생각한 분들과 함께 연기하니까 다르다는 걸 확실히 느꼈다. 현장 자체가 다르기보다는 제가 느끼는 긴장감, 부담감 같은 그런 마음가짐이 가장 달랐던 것 같고. 많은 분들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만큼 저도 더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올해 계획은 어떤가.

▶연기를 계속 쭉 하고 싶다.
매력적인 선배님들과 함께 좋은 작품을 찍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게 가장 큰 바람이다. 영화를 더 찍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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