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영업비밀 있다면 기초보안에 신경써야죠"
파이낸셜뉴스
2020.01.15 19:01
수정 : 2020.01.15 19:01기사원문
김형준 법무법인 매헌 변호사
국내 업체들 영업비밀 인식 부족
경영·기술상 서류에 표시도 안해
"영업비밀 침해, 예방·관리가 중요"
지난 10일 서울 서초중앙로 법무법인 매헌에서 만난 김형준 변호사(사진)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영업비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경영·기술상 영업비밀이 담긴 서류에 비밀 표시를 하지 않는 등 기초보안도 신경 쓰지 않는 중소기업이 많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비공지성)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비밀관리성) 생산방법, 판매방법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경제적 유용성)를 말한다.
중소기업은 영업비밀 침해에 취약하다. 특허청이 내놓은 '2016 우리기업 국내외 영업비밀 피침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616개 기업 중 대기업 59개(9.6%), 중견기업 117개(19%), 중소기업 329개(53.4%), 벤처기업 111개(18%)가 영업비밀 침해 피해를 봤다. 중소기업 영업비밀 전담인력과 전담부서 보유 비율은 각각 0.5명, 13.7%로 대기업 1.5명, 30.5% 대비 낮았다.
대기업은 법률적 검토, 인프라를 통해 영업비밀 관리체계를 갖추지만 중소기업은 영업비밀 법 인식 자체가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의 '2018 우리기업 부정경쟁행위 피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1521개 중소기업 중 영업비밀 침해 등 부정경쟁행위를 인식하는 비율은 23.4%에 불과했다.
영업비밀을 둘러싼 소송에선 영업비밀의 '비밀관리성'이 쟁점이다. 비밀관리성이란 정보에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는 등 정보가 비밀로 관리되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해당 내용을 비밀로 관리했음을 입증해야 하는 회사 측과 영업비밀인 줄 몰랐다는 근로자의 주장이 맞선다.
김 변호사는 "중소기업 영업비밀 침해 사건은 주로 근로자가 경쟁사로 이직하면서 불거진다"며 "피해 중소기업은 영업비밀 관련 규정을 두고 근로자가 보안서약서를 썼으므로 비밀관리 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 판례는 더 엄격하게 회사의 비밀관리를 해석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영업비밀 관리에 대해 회사가 구체적인 영업비밀 보호조치를 했는지 판단한다. 김 변호사는 "중소기업은 자료에 대해 영업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나 고지를 하고, 정보 접근 대상자를 제한해야 한다"며 "이 같은 보호조치와 더불어 근로자에게 비밀준수 의무를 부과해야 기업이 영업비밀 관리 의무를 다했다고 보는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중소기업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생성한 자료가 영업비밀로 관리되지 않으면 대외적으로 유출되고도 처벌을 구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영업비밀 침해는 예방이 중요하다. 중소기업이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정부 차원에서 더 많은 인식제고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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