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나는 부모님 힘들게 하는 듀크족입니다

파이낸셜뉴스       2020.01.21 16:55   수정 : 2020.01.22 09:04기사원문
4. 듀크족
Dual Employed With Kids
맞벌이 선택 아닌 필수인데
아이 봐줄 사람이 없어요
경력 끊기면 일 찾기 힘든데
어린이집 대기번호는 60번대
친정 옆으로 이사하고
용돈 드려도 죄송 또 죄송
언제쯤 이 상황이 끝날까요



결혼 5년 차에 접어든 정연주씨(33·가명)는 '듀크(DEWK)족'이다. Dual employed with kids의 준말로 아이를 양육하면서 맞벌이를 하는 부부를 일컫는다. 2000년대 초 사상 유례없는 미국의 경제 호황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남성 외벌이의 전통적인 가족상이 맞벌이로 이동하는 시점에 나온 용어다.

한국도 '맞벌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지만 여전히 맞벌이 양육 부부는 매일 난관에 부딪히며 고군분투 중이다. 연주씨는 아이의 조부모가 등하원을 돕는다. 연주씨의 하루를 따라가 봤다.

AM 7:00

기상하자마자 출근 준비와 아이 챙기기에 정신이 없다. 더구나 간밤에 아이가 자주 깬 탓에 아직도 연신 하품이 나온다. 아이를 씻기고 어린이집 보낼 준비를 마친다.

AM 7:45

연주씨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거주하는 연주씨 아버지가 집을 방문했다. 벌써 2년째 그의 아버지는 평일 아침 빠짐없이 연주씨집을 찾는다. 아이를 차에 태워 본인의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서다. 아이는 할머니가 차려준 아침밥을 먹고 한 시간 가량 조부모의 집에 머무르다가 할아버지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 등원한다. 이 때문에 연주씨는 일부러 친정 인근에 집을 구했다.

AM 8:50

지옥철을 타고 회사에 도착했다. 아버지에게 아이를 잘 등원시켰다는 카톡이 와있다. 항상 아이가 걱정되지만 회사 일도 게을리할 수 없다. 양육비도 문제지만 경력단절로 인해 평생 육아만 하다가 끝나버리는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아서 선택한 길이기 때문이다.

PM 12:30

직장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카페에 들렀다. 비슷한 나이대 직원들이라 다들 육아전쟁에 시달리는 전우들이다. 한 동료는 어린이집을 구하지 못해 울상이다. 아이를 봐주던 친정어머니가 '더 이상 못하겠다'며 퇴직(?)을 선언했다고 한다. 인근 어린이집에 신청을 해둔 지 오래지만 대기번호는 60번대에서 줄어들 생각을 모른다며 울상을 지었다. 연주씨는 언제까지 부모님께 의존해야 할까 고심이 깊다. 매달 100만원씩 드리고 있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다. 아이 때문에 평일엔 다른 일정을 잡을 수가 없다고 가끔씩 말씀하실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PM 4:45

카톡이 울린다. 4시30분이 어린이집 하원 시간이다. 아버지가 보내준 동영상 속 아이는 할아버지 집에 도착해 간식을 먹고 있다. '엄마 빨리 와' 하며 손을 흔든다. 잠시나마 아이와 함께 있는 것 같다.

PM 7:00

오늘은 간만에 남편과 퇴근 시간이 맞아떨어졌다. 부모님 집을 함께 찾았다. 보통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온다. 이렇게 부부가 함께 찾는 날은 대부분 친정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온다.

PM 11:50

집에 돌아와 아이를 씻기고 집안일도 다 마무리했다. 자기 싫다고 칭얼거리는 아이를 간신히 재웠다. 남편과 함께 나눠서 가사일을 하는 터라 부담은 덜하지만 그래서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까지 더하면 양육 스트레스도 만만찮다.
하지만 아이를 안고 살냄새를 맡으면 이런 행복이 또 없기는하다. 그래도 이런 생활이 얼른 끝났으면 하는 생각을 막을 수는 없다. 언제 쯤 육아 부담에서 해방될까 생각하며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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