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한 만성통증, 전기로 뇌 신경세포 자극해 개선

      2020.02.05 09:48   수정 : 2020.02.05 09:4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갑작스러운 외부충격으로 뼈나 장기가 파손되거나, 세포 조직에 염증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이 '통증'이다. 통증은 실질적·잠재적인 신체 손상으로 인한 육체적·정서적·사회적인 불쾌한 경험으로 정의된다.

통증이 30일 이내에 그치면 급성통증, 그 이상 지속되면 만성통증으로 분류된다.

급성통증은 피부를 베이거나, 가시에 찔리거나, 불에 데이거나, 뼈가 부러질 때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통증이다. 대부분 통증 부위가 좁고 내과적·외과적 처치로 원인을 제거하면 사라진다.

만성통증은 질병을 장기간 방치하거나, 잘못된 치료를 받아 후유증이 남거나, 통증조절체계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통증을 일으키지 않을 만한 자극으로도 아픔을 느끼는 이질통, 별다른 자극이 없는데도 평소 자연히 통증이 생기는 자발통, 특정 부위가 과도하게 아픈 통각과민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실제 임상에선 신경통, 근육통, 관절통, 요통, 두통, 환상통, 암성통증 등이 만성화돼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만성통증은 당장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반복적인 고통을 줘 환자의 삶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통증으로 인해 걷기 등 기본적인 일상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삶의 질이 저하되고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이 동반되기 쉽다. 반복된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적잖다.

이밖에 만성통증은 실직, 가정불화, 인간관계 단절, 공공 의료비용 증가, 장애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 노동력 상실로 인한 개인 및 사회적 손실 등을 초래하는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만성화된 통증은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 흔히 통증 치료하면 떠올리는 스테로이드는 급성통증을 단기간 완화할 뿐 만성통증에 대한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으며, 근본치료가 아니여서 언제든 통증이 재발할 수 있다. 골다공증, 비만, 혈당 상승, 관절·연골 손상, 피부색 변화, 무혈성괴사증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스테로이드 사용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다.

최근엔 뇌 속 통증신호 전달 체계에 적정 수준의 전기자극을 가해 만성통증을 개선하는 방법이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질병 치료에 전기를 이용하는 방법은 이미 200여년 전부터 시도됐으며, 193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독일의 생화학자 오토 바르부르크 박사가 전기생리학의 개념을 처음 정립했다.

여러 선행연구에 따르면 대뇌와 시상하부의 연결 부위엔 미세한 회백질띠로 이뤄진 불확대(不確帶), 이른바 불확정영역(zona incerta)이 존재한다. 아직까지 명확한 역할이 밝혀지지 않아 불확정으로 명명됐다. 이 영역 안엔 인간의 감각기능과 연관될 것으로 추정되는 별아교세포(astrocyte)가 자리잡고 있다.

이배환·차명훈 연세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팀이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만성통증을 느끼는 사람은 별아교세포의 수가 현저히 적고 활성도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 뇌에 전기자극을 가하면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Synapse)가 활성화되면서 별아교세포의 활동이 촉진되고 손상된 세포가 재생돼 통증 강도가 감소했다.

임상에서 스테로이드를 이용한 약물치료의 대안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비수술 통증치료법인 '호아타요법'도 이같은 전기생리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호아타요법은 피부 10~15㎝ 아래까지 미세전류를 흘려보내 신경세포 대사를 촉진, 통증을 개선하고 장기적으로 면역력을 높여 통증 재발까지 막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머리 부위에 호아타요법을 실시해 뇌에 전기자극을 가하면 음전하를 띤 정전기가 손상된 신경줄기를 따라 흐르면 신경의 감각전달 능력이 정상화되고 신경세포가 튼튼해진다"고 설명했다.

심 원장은 다양한 원인에 의한 급성·만성 통증, 감각이상, 암성통증, 신경마비, 섬유근육통 등 난치성질환 치료에 호아타요법을 적용해 좋은 임상결과를 거두고 있다.

심 원장은 "통증이 가장 심한 부위에 1회당 5초 이상 수차례 전기를 흘려보내면 통증이 완화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치료 후 2~5일이 지나면 전위가 다시 떨어져 통증이 재발할 수 있으므로 1주일에 2~3회 간격으로 반복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호아타요법은 치료 후 상처가 생기거나 멍이 들지 않아 미용적으로 우수하고, 스테로이드 등 화학약품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 위험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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