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만에 털린 강원랜드 현금상자, 어떻게?

      2020.02.10 14:42   수정 : 2020.02.10 17:32기사원문
지난 7일 오후 8시30분께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30~40대로 보이는 홍콩 국적의 남성 1명, 아르헨티나 남성 1명, 페루 여성 1명 등 외국인 3명이 30초 만에 슬롯머신 속 2400여만 원이 든 빌스테커(현금상자)를 뜯어내 통째로 들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2020.2.10/뉴스1 © News1


강원랜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위기경보가 ‘경계’로 격상됨에 따라 카지노, 호텔, 워터월드 등 고객 이동이 많은 장소에 총 10대의 열화상카메라(적외선열감지기)를 설치해 운영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2020.1.29/뉴스1 © News1 박하림 기자

(정선=뉴스1) 박하림 기자 = 강원랜드 카지노 슬롯머신이 털린 건 내국인 전용 카지노 역사상 처음이다.



10일 강원랜드에 따르면 과거 인파가 붐비는 테이블에서 고객, 직원 불문하고 현금을 편취하는 범죄행위들이 여럿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슬롯머신이 털린 사안에 대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

지난 7일 슬롯머신을 턴 외국인 3인조의 범행수법에 놀라움과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약 30초 정도의 짧은 시간에 어떻게 이런 범행을 감행할 수 있었던 걸까.

◇홍콩·남미 3인1조 범행⋯만능키가 ‘만능’이었나

4년 전 유럽 전역에서 카지노 슬롯머신이 콜롬비아와 페루 등 남미 폭력조직에 의해 털리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조직원들 중 한 명은 한때 아르헨티나에 거주했던 홍콩 출신의 중국인으로, 남미인과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여 체포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슬롯머신을 터는 데 주로 만능키를 사용했다.


강원랜드 카지노도 홍콩과 남미인들로 이뤄진 3인1조 외국인 절도단에 의해 위와 흡사한 피해를 당했다.

강원랜드 측은 지난 7일 오후 8시30분께 외국인 3명이 30초 만에 슬롯머신 속 2400여만원이 든 빌스테커(현금상자)를 뜯어내 통째로 들고 달아난 사실을 확인했다.

범인으로 지목되는 이들은 30~40대로 보이는 홍콩 국적의 남성 1명, 아르헨티나 남성 1명, 페루 여성 1명이다.

강원랜드는 오후 9시15분께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미 범인들은 달아난 뒤였다.

범인들은 주위 시선을 피하기 위해 사각지대 놓인 슬롯머신을 노렸다.

홍콩 국적의 남성이 현금을 집어넣으면서 동시에 페루여성이 망을 보고 있었다. 아르헨티나 남성이 결정적인 범행을 저질렀다.

슬롯머신에 강제로 뜯어낸 흔적인 없는 것을 감안할 때 만능키를 활용한 것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위조 여권으로 감시망 뚫었나…현실은 감별 ‘불가능’

범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사전에 강원랜드에 출입한 적도, 숙박을 했던 이력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위조여권으로 감시망을 통과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수사권이 있는 공항에서조차 위조 여권으로 인해 감시망이 뚫리는 마당에, 강원랜드가 자체적으로 외국인 여권을 철저하게 감별할 수 있는 방비책이라고 한다면 스캔 이외엔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게 현실이다.

카지노에선 돈을 들고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은 그다지 어색한 장면이 아니다. 게다가 통상 절도 범행의 주된 장소는 딜러와 고객들이 붐비는 테이블과 그 주변이었지 이 같이 슬롯머신에서 발생한 것은 보기드문 사례였다.

범행 당시 10여명의 보안요원은 테이블(130대)을 중점적으로 각자 맡은 섹터만 주시했을 뿐 1360대가량 되는 어마어마한 수의 슬롯머신까지 ‘이 잡듯이’ 들여다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당시 슬롯머신의 경고등은 접촉 불량 탓에 울리지 않았다.

이 같은 카지노의 분위기를 훤히 꿰뚫은 범인들은 감시가 소홀한 사각지대의 슬롯머신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곳곳에 설치된 CCTV도 범행 예방의 차원보다 사후처리 차원에서 설치된 성격이 크다.

현재 강원랜드 내부에선 근무인력을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가 하면 곧 내부감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CCTV와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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