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 판사 3명 무죄… 양승태 재판에 영향 미칠듯

파이낸셜뉴스       2020.02.13 18:02   수정 : 2020.02.13 18:02기사원문
서울중앙지법, 1심 선고
"사법행정 차원 수사 보고일뿐
조직적 공모 인정하기 어려워"
"비위 은폐·축소 아닌 정당 행위
보고 내용도 ‘공무상 비밀’ 아냐"

'정운호 게이트' 당시 법관들을 겨냥한 검찰 수사를 저지하기 위해 수사기록 등을 법원행정처에 누설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판사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3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55·사법연수원 19기), 조의연(54·24기)·성창호 전 영장전담 부장판사(48·25기)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사법행정 차원에서 보고한 것"

신 부장판사는 지난 2016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김수천 당시 부장판사 등 전·현직 법관들이 연루된 '정운호 게이트' 사건이 불거지자 당시 영장전담 판사였던 조·성 부장판사와 공모해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 등 10건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조직보호를 위한 부당한 지시나 수사기밀을 빼돌리기 위한 조직적 공모가 있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사가 '신 부장판사가 검찰에 대한 강력한 압박과 수사저지를 목적으로 작성했다'며 제출한 '김수천 부장 대응방안' 문건에서 신 부장판사가 기재한 내용은 객관적 상황 파악과 사건의 전망에 불과하다"며 "수석부장판사로 사법행정 차원에서 법관의 비위를 보고한 것일 뿐,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고 법관의 비위를 은폐·축소하기 위한 법원행정처의 지시에 협조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판사들 간 사전공모 여부에 대해서도 "당시 영장판사들은 통상적으로 중요사건을 수석부장판사에게 보고하고, 수석부장판사는 이를 사법행정 차원에서 법관비위 관련 사항을 상급기관인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것"이라면서 "조·성 부장판사는 자신들이 신 부장판사에게 제출한 문건들이 법원행정처에 보고된 것도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공소사실에 적힌 일련의 행위는 상급자에 대한 하급자의 보고로, 정당성을 갖췄다는 취지다.

신 부장판사가 임 전 차장에게 보고한 내용도 애초에 '공무상 비밀'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법리에 비춰봤을 때 수사기록이라도 모두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게 아니고, 실질적으로 기밀로써 보호할 가치가 있어야 한다"며 "신 부장판사가 임 전 차장에게 보고한 정보보고는 이미 보도된 기사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언론을 활용해 관련 수사정보를 적극적으로 브리핑하거나 비위법관에 대한 징계나 인사조치를 위한 사법행정처의 사법행정에 협조해 수사정보를 상세히 알려준 이상 관련 수사정보가 임 전 차장 등 관계자들에 대해 비밀로써 유지하고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 양승태 재판에 영향 불가피

재판부는 "신 부장판사의 행위로 범죄수사기능과 영장재판의 기능에 장애가 초래되지 않았고, 임 전 차장을 통해 법원행정처 내부에 알려져 국가기능의 위험을 초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해당 수사정보는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거나 사법신뢰 확보를 위한 내부보고로 용인될 수준에 해당할 뿐 이를 누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신 부장판사는 판결 직후 "현명한 판단을 해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며 자세한 입장에 대해서는 판결이 확정된 후 밝히기로 했다.

유해용 변호사(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이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들이 잇달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사건의 핵심 축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차장 등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이들의 혐의는 양 전 대법원장 등의 공소사실에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부는 '사법부 차원의 조직적 공모'라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사법행정'이라는 취지로 바로잡은 만큼 관련 사건에서도 같은 판단이 나올지 주목된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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