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공포’가 부른 국제 채권시장 호황…美 국채 가격 연일 신기록

파이낸셜뉴스       2020.02.27 17:30   수정 : 2020.02.27 17:30기사원문
美 10년물 국채금리 1.295% 최저
안전자산 선호에 정크본드는 외면

국제 채권 시장이 코로나19 사태로 불황 우려가 커지고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기록적인 호황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염병 사태가 길어질수록 신규 채권 발행에 나서는 기업이 늘어난다고 예상했다. 다만 기업 실적 및 경기와 직결된 정크본드(부실채권) 시장은 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10년물 국채의 유통금리는 27일(현지시간) 오전 1시30분 기준 1.295%를 나타내면서 역대 최저기록을 갈아치웠다. 30년물 가격 또한 1.7393%를 나타내 집계 이래 가장 낮았다. 채권 가격은 만기가치를 유통금리로 깎아서 재는 만큼 이는 채권 가격이 역대 최고로 올랐다는 의미다.

낙폭의 원인은 코로나19 확산과 그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레이더 국제 채권투자대표는 미 경제매체 CNBC를 통해 "정확히 채권 강세를 초래하는 원인을 추정하긴 어렵지만 내 생각에 코로나19의 점진적인 확산이 위험자산과 금리 관련 시장 호가에 모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24~25일 사이 이틀 연속으로 3% 이상 빠졌던 미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6일 0.3~0.4% 사이의 낙폭을 보인 채 거래를 마쳤다. CNBC는 코로나19에 따른 불황이 미 기준금리 인하로 이어질 수 있고 오는 11월 미 대선에 대한 불확실성마저 커졌다며 채권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자산운용사 PGIM의 로버트 팁 수석 채권투자 전략가는 "코로나19는 새로운 범위로 가는 변화를 가속시키고 있다"며 "상황이 안 좋아지면 유통금리가 0%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계속해서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미국 내 유통금리도 1% 이상으로 크게 웃돌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팁 전략가는 "경제적 피해와 안정화 시기와 관련해 종말을 추측할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한 정보가 필요하다"며 "우리는 분명한 정보에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지만 현시점에서는 분명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 결과 "자본 시장에서 추가적인 위험회피 움직임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채권 시장의 호황은 재정이 튼튼한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시장 관계자들의 비공식 설문조사를 인용해 미 채권시장의 수요가 왕성하고 이르면 27일부터 시장에 높은 등급의 회사채들이 쏟아진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증시와 기업 실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크본드 시장에서는 코로나19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 시장정보업체 아이스데이터서비스를 인용해 세계 국채시장의 정크본드 평균 유통 금리가 미 국채와 비교했을 때 지난 21일 3.66% 높았으나 2거래일이 지난 25일에는 그 차이가 4.18%로 뛰었다고 전했다. 이는 정크본드 가격이 튼튼한 미국채보다 0.52% 더 떨어졌다는 의미다. 이 정도 변동 폭은 약 4년 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이후 가장 큰 규모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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