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만 아파도 "나도, 혹시?"… '감염 스트레스'에 잠 못든다

파이낸셜뉴스       2020.03.01 11:00   수정 : 2020.03.01 17:46기사원문
코로나19에 불면증·무기력 호소
SNS 가짜뉴스 늘며 불안감 확산
"감정적 반응이 되레 면역력 악화"



#. 대학생 오모씨(26)는 대구지역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기 전인 지난 17일, 포항 등 경상도 지역을 방문했다. 대구·경북 지역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기 시작하자 서둘러 서울로 돌아왔지만 잠복기라고 알려진 지난 2주 내내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오씨는 "지난주 내내 목이 간질간질 한 것 같고, 머리도 띵하고 아픈 느낌이 들어 가족들에게 계속 열을 재달라고 했다"며 "매일 관련 소문을 듣다보니 내가 진짜 목이 아픈건지,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그렇게 느껴지는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 직장인 박모씨(31)도 재택근무를 시작한 이후 생필품을 사러 나가는 경우를 제외하고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다. 너무 집에만 있다보니 머리가 종종 '띵'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박씨는 "인터넷으로 온갖 증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며 "아직 열나는 상황이 아니라 좀 지켜보기로 하고 생필품도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안·공포, 불면증 등 대표적 증상

코로나19 확산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감염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조금만 몸이 안 좋아도 '나도 감염자일까'하는 생각에 불안감이 날로 가중되기 때문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선 증상을 이야기하며 상담을 받는 관련 채팅방만 이미 수십개가 넘는다.

1일 질병관리본부(질본)에 따르면 감염병 스트레스의 대표적 증상은 불안과 공포, 불면증, 지나친 의심에 따른 주변인 경계, 외부활동 감소와 무기력 등이다.

감염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 중에는 "보건소나 병원에서 감염돼 오는 경우가 오히려 많다더라"는 SNS상 떠도는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검사를 꺼리기도 한다. 대형병원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나 의심환자가 다녀갔을 수 있다'는 우려로 일반환자의 내원 자체가 줄어든 경우도 많다.

직장인 양모씨(30)는 "설사와 구토, 약간의 미열 증상이 있었는데 보건소 대신 일반 병원으로 갔다"며 "장염 판정을 받고 보건소에 가지 않아도 돼 안심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정확한 소문에 따른 지나친 불안보다는 자신의 증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방역당국이 제공하는 정확한 정보를 믿고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감정적 반응, 오히려 면역력 약화"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장)은 "건강에 대한 걱정뿐 아니라 경제적인 타격으로 인한 걱정 등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라며 "불안 때문에 더 조심할 수 있으니 순기능으로 작동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감염 때문에 생긴 마음의 불안이나 공포, 혐오감 등 감정적 반응들은 오히려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밀폐된 공간이 아닌 곳에서 가벼운 야외활동을 하거나 가족들, 친구들 등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불안을 털어놓는 등의 활동이 도움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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