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롯데월드몰에 투입된 기술로 프놈펜 랜드마크 짓는다

파이낸셜뉴스       2020.03.01 18:41   수정 : 2020.03.01 18:41기사원문
롯데건설 '캄보디아 첫 프로젝트'
사타파나은행 본점 신축공사
지하4~지상19층 총 3만3135㎡
다른 해외 현장보다 규모 작지만
잠재력 큰 캄보디아 첫 개척 의미
지하·지상 나눠 동시에 진행하는
'업업공법'으로 공기 한달 앞당겨
현지에선 흔치 않은 커튼월 눈길

【 프놈펜(캄보디아)=김민기 기자】"롯데그룹에서 처음으로 캄보디아에 진출하는 사업인 만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추가 수주도 이끌어내겠습니다."(황인관 롯데건설 캄보디아 사타파나 현장소장)

지난 2월 25일 방문한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 중심상업지구 내 노르돔 대로 인근 사타파나 은행 본점 신축공사 현장. 더운 날씨임에도 8월 준공을 맞추기 위해 직원들 모두 작업복이 흠뻑 젖을 정도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롯데건설은 2018년 5월부터 캄보디아에서는 지하 4층∼지상 19층, 연면적 3만3135㎡의 사타파나 은행 본점 신축 공사 착공에 들어갔다.

현재 19층 중 18층은 골조가 완료됐고 3월까지는 모든 골조가 올라갈 전망이다. 외부 커튼월 공사와 내부 마감공사가 마무리되면 8월 22일 준공, 10월 오픈이 진행될 계획이다.

해외 타 현장에 비해 규모가 크진 않지만 롯데그룹에서 처음 진출하는 프로젝트고, 캄보디아 시장이 잠재력이 크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현장이다. 특히 사타파나은행은 캄보디아에서 시장점유율 2위를 달릴 만큼 탄탄하다. 지난 2006년 4월 일본기업으로선 최초로 캄보디아에 진출한 일본 마루한그룹이 현지 사파타나소액금융회사(MFI)와의 합병을 통해 만들었다. 마루한 그룹의 오너는 성공한 재일동포사업가로 널리 알려진 한창우 회장이다. 이 공사가 잘 마무리되면 추가적인 공사 수주도 기대해 볼 만하다는 게 현지 반응이다.

■'업업 공법'으로 공기 한달 단축

공사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급스러운 커튼월이다. 통상 골조가 끝난 후 커튼월 공사가 진행되지만 이 현장은 골조가 올라가면서 커튼월 공사도 동시에 진행하면서 공기를 단축시키고 있다. 건물의 좌우앞뒤 네면 모두 유닛 커튼월로 외벽을 감쌀 예정이라 건물이 완공되면 프롬펜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커튼월로 된 건물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아직 기술력이 부족한 캄보디아에서는 커튼월로 된 건물을 짓기란 쉽지 않다. 조금이라도 설계와 다르게 골조가 만들어진다면 커튼월을 조립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황인관 현장소장은 "유닛 커튼월은 공장에서 제품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골조가 도면과 오차가 없이 정밀하게 시공돼야 한다"면서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커튼월을 담당했던 최고 수준의 능력을 가진 직원이 현장에 투입됐다"고 말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노르돔 도로는 캄보디아 최고 권력인 훈센 총리가 출퇴근하는 도로라 중장비 차가 지나가기 힘들고 타워크레인도 설치하기 힘들다. 도로 인근에 주요 은행이 위치하고 있고 도심 한복판이라 주거지역도 많아 공사의 어려움이 많다.

또 동남아 지역이고 인근에 메콩강이 있다 보니 흙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아 기초공사를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에 롯데건설은 늘어난 공사기간을 만회하기 위해 '업업 공법'을 사용했다. 통상 지하부터 순차적으로 공사하는 것이 기본적인데 이 현장은 지하 4층부터 지상 1층까지 공사와 지상 1층부터 그 윗층의 공사를 동시에 진행했다.

황 현장소장은 "슬러리월 공사와 파일공사를 완료하고 1층 콘크리트 바닥공사 후에 지하 1층부터 순차적으로 콘크리트 바닥공사를 하면서 내려가 지하 4층 바닥인 매트기초공사를 마무리 한 후, 지하의 수직부재인 코어공사와 지상공사를 동시에 진행했다"면서 "우리가 먼저 이 공법을 발주처에 제안했고 결국 한달 정도 공기를 단축했다"고 말했다.

■10여개국 협력업체 모여 매주 회의

롯데건설 입장에서는 캄보디아가 첫 진출 국가라 협력사를 발굴하고 함께 일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전에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국내 업체들에게 정보를 얻어 협력사를 구하고 공사를 진행했다. 또 다양한 국가들이 협력사로 있다보니 매주 회의가 열릴 때면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는 것도 어려웠다. 실제 발주처는 일본 마루한그룹, 감리는 아키타입(프랑스), 설계는 아이다스(싱가포르), 내역관리(QS)는 BK 아시아(영국) 등 10여개국이 모여 공사를 진행한다. 무엇보다 프랑스나 싱가포르 업체들의 경우 프라이드가 강하다보니 설계변경 등을 설득시키기도 만만치 않았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공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롯데건설의 기술력 자체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기술력이 부족했다면 감리나 설계업체들의 반대가 심해 공사가 이만큼 오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황 현장소장은 "대부분 선진국에서 온 업체들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기술력이 이제는 일본과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많이 올라왔기 때문에 롯데건설을 인정해주고 있다"면서 "데이터를 제출하고 검증 받으면서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발주처와 협력사의 신뢰가 많이 쌓였다"고 말했다.

■잠재력 있는 캄보디아 공략

롯데건설은 이번 사타파나 은행 본점 신축공사를 성공리에 마무리 지어 캄보디아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건설사들이 일부 캄보디아에 진출했지만 부산저축은행 부실사태로 사업이 중단된 캄보디아 '캄코시티' 등 실패 사례도 많아 여전히 한국 업체들의 이미지가 좋지 않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문재인 대통령이 캄보디아를 10년만 국빈방문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좋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업체들이 자본을 가지고 들어오고 있지만 현장 관리 등에서 문제가 많고, 기술력이 아직 부족해 국내 기업에겐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업체가 발주하는 프놈펜 이온몰3의 수주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주처 직원들이 직접 사타파나 공사 현장을 다녀가 실사를 한 후 만족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황 현장소장은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일본 발주처와 캄보디아 정부 관계자들이 현장을 자주 방문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공사를 잘 마무리 지어 롯데 그룹 뿐 아니라 한국의 건설사들이 캄보디아에 진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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