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가 마스크 품절됐다고 하자…"당신이 쓴 건 뭐냐"
파이낸셜뉴스
2020.03.05 17:44
수정 : 2020.03.05 17:44기사원문
마스크 품귀에 약국마다 실랑이
'입고 안됐습니다' 써붙여놔도
언제오냐 예약 안되냐 문의 계속
일부러 면마스크 쓰고 근무도
"많이 힘들지만 감수해야죠"
하지만 공적마스크 물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약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애를 먹고 있다. 마스크를 찾는 손님들의 질문이 쏟아지면서 업무에 큰 차질을 빚을 정도다.
■"마스크 있어요?" 문의 쇄도
이처럼 요즘 약국에서는 일하는 약사와 직원들은 "마스크 있어요?" "마스크 언제 와요?" "마스크 몇 개 살 수 있어요?" "예약 안 돼요?" "오면 전화 주시면 안돼요?" 같은 얘기들을 하루에만 수백번 넘게 듣는다. 전화 문의가 끊이지 않고, 마스크를 사기 위해 하루에만 몇 번씩 약국을 찾는 손님도 있다.
약사 A씨는 "마스크 입고시기가 불규칙한데 동네에서 '이 약국은 아침 8시부터 마스크를 판다'고 소문이 나면 사람들이 무작정 새벽부터 약국 앞에 줄을 서기 시작한다"고 전했다. 매일 약국에 들어오는 마스크 물량도 예상할 수 없어 약사들은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부 약국에서는 시민들이 장시간을 줄을 서는 과정에서 극도로 예민해져 서로 말다툼을 벌이거나 자신의 차례 앞에서 물량이 동나면 '판매방식에 문제가 많다'며 약사들에게 항의하는 일도 벌어진다. 마스크가 없다고 하면 "당신이 쓰고 있는 마스크는 뭐야"라고 따져 묻는 진상 손님 때문에 일부러 면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하는 약사들도 있다.
■"힘들지만 감수해야"
대한약사회는 마스크를 찾는 손님들로 인해 약사들 업무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꺼이 이를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공적판매처 중 우체국은 전국 읍·면 우체국 1300여개, 농협 하나로마트는 2000여개인 반면 약국은 2만4000여개이기에 접근성으로 보면 약국이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며 "힘든 것만 따지면 (마스크 판매를) 다 털어내고 싶지만 그럼에도 약사들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마스크난이 전 세계적 현상이기 때문에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수밖에 없다"며 "결국 마스크 공급량 부족으로 인해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약국에 공적마스크 유통물량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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