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입출국 10분의 1토막… "시골간이역보다 못해"

파이낸셜뉴스       2020.03.09 18:09   수정 : 2020.03.09 18:09기사원문
韓-日 서로 빗장 걸어잠근 첫날 공항 표정
"한국행 비행기 안뜰라" 급히 귀국
일본행 항공기엔 고작 8명 탑승
손님 끊긴 식당가 운영시간 조정

"상황이 이렇게 돼서 가자마자 돌아왔습니다."

9일 오전 11시10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KE722)편이 착륙했다. 일본 오사카 간사이공항에서 날아온 이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들 표정에선 가족과 재회한다는 기쁨보다는 짜증이 가득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이유로 9일 0시부터 90일 무비자 입국제도가 중단되면서 본인 뜻과 상관없이 한국으로 서둘러 돌아와야만 했던 이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자 손을 잡고 한국으로 돌아온 70대 김 할머니는 "오늘 비행기가 마지막이라고 해서 급하게 구해서 타고 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코로나19로 손자 유치원이 3월 말까지 휴원인 상태라 18일까지 아이 아빠가 있는 일본에서 지내려고 했는데 이렇게 돼서 5일 만에 돌아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와 같은 KE722편으로 귀국한 주모씨(35)도 서둘러 일본을 다녀왔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일본인과 결혼해 신혼인 주씨는 두고온 짐을 챙기러 부랴부랴 일본에 다녀왔다고 했다. 기업들의 현지출장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회사 업무차 일본출장 중이었다는 김모씨(32)는 "일방적인 통보로 예정보다 출장 일정을 앞당겨 들어왔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반대로 이날 일본으로 향하는 항공편은 거의 텅 빈 채로 출발했다. 이날 오전 11시5분 인천에서 오사카로 출발한 169석 규모의 KE727편에는 8명만 탑승했다. 한국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일본인 4명, 그외 외국인 승객 4명이 전부였다. 탑승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20여명의 예약 탑승객이 있었지만 '격리'를 꺼려 예약을 취소한 이들이 많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뒤늦게 격리 사실을 알게 된 승객들이 막판에 예약을 대거 취소했다"고 했다.

일본으로 가는 항공편이 막히면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을 찾는 발길도 뚝 끊겼다.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인천공항 2터미널 게이트를 오가면서 면세점 점포 내 손님이 있는 모습을 목격한 것은 딱 한 건이었다. 실제 이날 인천~일본 출발·도착 편수는 총 7편에 그쳤다. 일본 출발·도착 승객도 각각 116명, 202명으로 급감했다. 이는 지난 2일 대비 각각 96%, 93% 급감한 수치다.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도 일본입국 전면통제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오전 10시 평소라면 한창 손님으로 북적였을 청사 4층 식당가 문에는 '항공편수 감소로 매장 운영시간을 조정한다'는 공지문만 붙어 적막감이 감돌았다. 이날 김포공항에서 뜨는 비행기는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을 향하는 단 2편뿐이었다. 입·출국자 모두 합해 274명의 승객이 2편의 비행기를 통해 출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날 대비 10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청사 내 상주직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제선 청사 미화를 4년째 담당하고 있는 박모씨(59)는 "코로나19로 승객이 줄고는 있었지만 오늘은 아예 전멸된 것 같다"며 "명색이 공항인데 시골 간이역보다도 못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2층 수하물서비스 창구를 35년째 운영하고 있는 이효숙씨(61)는 "지난 8일 동안 120만원도 못 벌었다"고 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김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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